
“공공공간의 질을 어떻게 높이는가에 대한 생각은 결국 시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고민입니다.”
조윤희 구보건축 대표는 “퇴근하고 들리는 도서관이 있고, 아파트 단지로 만들어진 사회가 아니라 골목길도 잘 만들어서 가고 싶은 곳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5월부터 열리고 있는 서울건축학교에서 ‘도시거실, 노원구청 로비리모델링’이라는 주제의 발표를 한 조 대표를 만났다. 조 대표는 서울대와 MIT건축대학원을 졸업하고, 건축 거장 승효상의 ‘이로재’, 미국 보스턴의 ‘Howeler+Yoon Architecture’ 등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2021년 젊은 건축가상, 2023년과 지난해에는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 우수상을 받는 등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구보건축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라는 글에 나오는 구보에서 따왔다. 구보는 도시를 배회하며 평범한 소시민의 시선으로 도시를 바라보고 경험한다. 조 대표는 “특별함은 소수가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기억과 경험, 애정이 쌓이고 시간이 흘러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건축가는 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물리적인 실체를 사고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보건축은 노원구청 로비리모델링을 비롯해 공공건축을 잘하는 사무실로 알려져 있다. 노원구청은 여러 번의 증축으로 커진 몸집에 비해 로비 공간이 협소에 이를 바꾸는 공사를 진행했다. 구보건축은 사업을 맡아 주민이 책도 읽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조 대표는 “공간을 잘게 나누지 않고, 가구 배치를 달리해 책을 읽는 공간, 아이들의 공간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했다”며 “로비를 넓게 유지해 공간을 시원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가 공공건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 자체가 우리의 삶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도로는 늘 경사가 있는데, 건물은 어디서나 평평한 것이 이상하다”며 “경사가 있을 때 한국은 그냥 건물을 얹는데, 일본만 해도 계단을 놓는 등 그 경사를 계산해서 시공한다”고 지적했다. 건강한 성인은 아무렇지 않은 곳이라도 유모차와 휠체어를 이용할 때나 노인 등은 불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화려한 디자인이나 비싼 재료가 아니라 드나드는 공간을 세심하게 설계하는 것이 삶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공공건축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회사에서 민간건축과 공공건축이 전체 사업의 반반이 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 대표는 “공공건축은 입찰이기 때문에 평판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을 꺼냈다. 작은 규모일수록 검증되지 않은 시공사가 들어올 수 있고, 이 때문에 설계를 하면서도 구현이 될까만 고민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설계할 때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준이 낮아지고, 이렇게 되면 설계자도 나태해지고 퇴보할 수 있다”며 “민간에서의 자극, 빠른 피드백, 하고 싶은 설계 구현, 최근 트렌드의 이해 등을 위해 민간건축도 놓을 수 없다”고 했다.
다만 민간건축만 해서는 의미를 찾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조 대표는 “민간건축만 하면 편하고 좋지만, 의미를 찾을 수가 없다”고 했다. 돈이 많은 개인이나 기업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는 설명이다. 그는 “전문 지식, 경험을 가지고 아이가 다니는 스포츠센터 등을 개선하면 보람을 느낀다”며 “공공건축을 통해 사람에게 일상이 편해지는 경험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민간건축에서도 공공성에 대한 관심도 놓지 않았다. 사옥을 지으려던 땅에 건물을 세우면서 그는 3~4층까지 지을 수 있었지만 이층집을 지었다. 다들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지만 고집한 이유는 1층을 주차장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층집은 주차 공간을 1대만 확보하면 되지만 층수를 높이면 그 이상을 만들어야 한다.
조 대표는 “저층 주거지에 필로티 구조 건물이 늘어났고, 1층을 모두 주차장으로 쓰면서 길에서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차만 만나게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기능적으로만 쓸 뿐 쾌적함은 없는 상태라는 뜻이다. 그는 “임차인의 만족도가 높고, 대기수요가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건물이 됐다”며 “수학적으로 더 많은 면적을 만들어내는 것이 꼭 경제적으로도 가장 좋은 결론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공공성을 가진 건물은 아모레퍼시픽 용산 사옥이다. 그는 "민간건축인데 웬만한 공공건축보다 훨씬 훌륭한 공공성을 가지고 있다"며 "대중교통과의 연결성, 로비의 개방성, 외부공간의 계획, 문턱 낮은 입구, 훌륭한 디자인 등등 추구해야 하는 답안 같은 건물"이라고 평가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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