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른 김에 기름과 소금을 발라 구워내는 조미김은 수출이 어려운 수산물이다. 바삭하고 향긋한 상태를 유지해야 상품성을 확보할 수 있는데 여차하면 습기를 머금어 눅눅해진다. 조미김에 발라놓은 기름과 산소가 만나 쩐내가 올라오기도 한다. 해외에서 많이 팔리는 김 스낵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국내 식품기업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세계 100여 개국에 조미김을 수출하고 있다. 김 원초 양식부터 포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특허 기술을 총동원한 성과다.

전 세계에서 김 생산국은 한국 일본 중국 3개국뿐이다. 이 중 한국이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김이 밥반찬으로 인기를 끌면서 1980년대 대기업이 잇따라 진출한 결과 생산량이 급증했다. 일본은 대기업 진출을 규제한 반면 한국은 대기업과 어촌마을이 공생하는 모델을 구축했다. 한국이 세계 김 시장의 선두 주자로 올라선 배경이다.
시장이 커지자 차별화 상품 개발에 나섰다. 방사무늬김(재래 김)이 99%인 일본과 달리 한국엔 잇바디돌김(곱창 김), 모무늬돌김(일반 김) 등 다양한 김 품종이 있다. 이상민 대상 김연구팀장은 “경쟁이 치열한 한국은 품종 개발부터 제품 다양화까지 수많은 김 기술을 발전시켰다”며 “오늘날 수출 경쟁력의 뿌리”라고 강조했다.
김 건조에는 정밀한 온도 제어 시스템을 적용한다. 김은 너무 높은 온도에서 말리면 품질이 떨어지고, 너무 낮은 온도에서 건조하면 생산량이 줄어든다. 대상의 목포 공장에서는 섭씨 45~50도 사이, 적절한 습도를 유지하며 2시간 동안 김을 말린다. 온도와 습도 조절 정도는 김의 품질, 계절 등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 데이터 또한 각 회사의 연구 자산이다.
김의 품질과 상품성을 결정하는 것은 기름과 소금을 발라 굽는 과정이다. 들기름 올리브유 참기름 등 다양한 기름이 쓰이는데 종류에 따라 기름의 배합, 온도, 습도, 염분 정도, 염분 도포 방식, 산도 등 모든 변수를 세밀하게 통제한 채 한 장씩 구워낸다. 양반김으로 유명한 동원F&B는 조미김의 유통기한을 늘리고 바삭한 식감을 유지하는 특허까지 따냈다.
수출용 김은 해당 국가의 기후 등 유통 환경까지 고려해야 한다. 동원F&B 관계자는 “동남아시아로 수출하는 김에는 산패 방지가 더 잘되는 기름을 사용한다”고 했다. 그는 “김 생산 기술 관련 빅데이터는 기업들이 40년 넘게 쌓아온 자산”이라며 “일본과 중국 회사가 단기간에 따라오기 어려운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포장지부터 남다르다. 김이 직사광선과 온도 변화 등에도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특수필름을 쓴다. 포장지는 3겹의 필름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가운데 있는 마이크로미터(㎛) 단위 두께의 알루미늄 포장지가 핵심이다. 방습과 방온, 직사광선을 차단하는 기술과 그에 따른 두께 설정은 각사의 노하우다.
대상은 포장지 속의 산소를 질소로 바꿔버리는 ‘치환’ 기술을 김에 적용했다. 이렇게 연구개발한 기술이 수십 년간 쌓인 결과 한국의 김은 영하 20~영상 45도 환경에서 6개월 이상 품질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대상 관계자는 “김을 스낵처럼 먹는 외국인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해외에서 치즈, 떡볶이, 홍삼 맛 제품까지 내놓고 있다”며 “각기 다른 세계 시장의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도 기술력이 기반이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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