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일본 도쿄 최대 번화가 시부야에 있는 대형 가전제품 매장 ‘빅카메라’의 TV 코너. LG전자의 올레드 에보(OLED evo) 77형(인치) TV가 소니, 파나소닉, 샤프, 도시바 등 일본 빅4 제품을 제치고 코너 입구에 전시돼 있었다. 나카무라 기요시 판매원은 “일본은 전 세계에서 화질에 가장 민감한 시장”이라며 “압도적 화질을 보유한 LG 제품은 프리미엄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시장은 ‘외국산의 무덤’으로 불린다. ‘메이드 인 재팬’의 품질이 워낙 뛰어난 데다 소비자도 깐깐해 웬만한 외국산 제품은 소비자 눈높이를 맞추기 힘들다. 한국 기업에도 일본 기업은 뚫기 힘든 시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일본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입지를 넓히고 있다. 가격이 아닌 기술력을 높이 평가받은 덕분이다.
LG전자가 일본 TV 시장 문을 두드린 건 2010년이다. 초반엔 브랜드 이미지가 약한 탓에 가격이 100만원만 넘어도 팔기 어려웠다. 그러나 2015년 OLED TV를 내놓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현지 전문 매체 등에서 잇달아 호평을 받으며 프리미엄 브랜드를 구축한 것이다. 최근엔 가격이 4000만원에 달하는 ‘시그니처 올레드 M(97형)’도 곧잘 팔린다. 대부분 롯폰기힐스 등 부자 동네에서 사 간다. 일본 OLED TV 시장에서 LG전자 점유율은 10%가량이다. 손성주 LG전자 일본법인장은 “LG TV가 일본인의 안방에서 거실로 나왔다”고 말했다.최근 찾은 현대자동차의 일본 요코하마 고객경험센터(CXC)는 시승, 충전, 구매 상담, 애프터서비스 등을 위해 방문한 고객들로 북적였다. 현대차가 2009년 일본에서 철수했다가 13년 만인 2022년 다시 진출하며 만든 센터다. 세키네 다카유키 CXC디렉터는 “매년 5000명 정도 방문해 3년 만에 1만5000명가량이 센터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 덕분에 일본에서 현대차 판매도 조금씩 늘고 있다. 지난해 607대로, 전년 대비 24.1% 증가했다. 온라인으로 전기차만 판매하는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수치다. 최근엔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 기반 전기차인 ‘인스타’를 내놔 주목받고 있다. 닛산 사쿠라 등 경쟁 차종보다 ‘가성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SK그룹은 올해 일본 사업 통합법인 SK재팬을 공식 출범했다. 에너지, 반도체, 정보통신을 중심으로 일본과 협력할 기회를 늘릴 계획이다.
현지에선 국내 기업이 일본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선 한국 정부의 대일 관계 개선 노력이 필수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도쿄지부가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최근 주일한국기업연합회 회원사(응답 60개)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한국 기업의 대일 비즈니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가장 많은 23.6%가 환율을, 22.8%는 한·일 정치 관계 변화를 꼽았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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