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서 법률시장이 가장 불투명하다고들 얘기합니다. 소비자들은 최대한 많은 정보에 기반해 적합한 변호사를 찾고 싶은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얘기죠.” (이병준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개별 변호사에 대한 별점 평가를 금지하도록 한 정부 지침은 큰 문제입니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플랫폼을 통해 맛집을 소비하는 메커니즘이 너무 익숙해진 시대에는 ‘일 잘하는 변호사’도 별점으로 걸러낼 수 있어야 합니다.” (한애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6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리걸테크&인공지능(AI)포럼 주최로 열린 ‘K-리걸테크 가이드라인 분석과 향후 과제’ 세미나에 참석한 패널들은 지난달 말 법무부가 발표한 ‘변호사검색서비스 운영 가이드라인’에 대한 아쉬움을 이같이 지적했다. ‘로톡 사태’ 이후 10년 만에 규제 공백 상태에 있던 변호사검색서비스 관련 정부 지침이 나왔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이승민 성균관대 법전원 교수는 “민간 플랫폼을 허용함과 동시에 변호사 제도의 공공성을 유지하려 한 노력은 상당히 유의미하다”면서도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르면 사업 광고도 헌법상 표현의 자유가 허용되는 대상인데, 변호사의 합법적 홍보나 판촉 기회 자체를 제한하는 건 과도한 규제”라고 지적했다.
법무부 가이드라인 12조에 따르면 변호사들은 광고에 ‘최고’, ‘제일’, ‘유일’ 등의 표현을 써서는 안 된다. 이 교수는 이런 표현을 사전에 일괄 금지하기보다는 일단 허용하되, 허위임이 확인될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게 하는 방향이 법률시장의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는 데 더욱 나은 방향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국내 변호사 수는 머잖아 4만~5만 명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고, 법률서비스도 시장 경쟁 체제로 강력하게 포섭될 필요가 있다”며 “초기 단계에서 한두 건의 피해 사례가 나오더라도 행정적 규제보다는 변호사들에 대한 양질의 교육, 대한변호사협회 차원에서의 ‘나쁜 변호사 거르기’ 등을 통해 시장 질서 내에서 해결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별점이나 점수, 등급 등 수치화된 형태로 변호사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을 제한한 가이드라인 17조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한애라 교수는 “별점 평가는 성실히 업무를 수행한 변호사에겐 자신을 드러낼 기회”라며 “수치화된 평가를 제한하면 광고료를 냈거나 전관 출신이라고 마케팅을 잘한 변호사가 부각되고 오히려 일 잘하는 변호사는 시장에 노출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이드라인은 소비자의 평가에 법률 플랫폼이 자의적으로 판단한 가중치를 적용·가공한 종합 평가도 금지하고 있다. 한 교수는 “현직 미국 변호사 약 97%가 가입한 법률 플랫폼 아보(Avvo)와 같이 경력 연수, 수상 경력, 학력, 동료 평가, 이용자 리뷰, 저술, 법조계 활동, 징계 기록 등 누가 봐도 수긍할 수 있는 요소를 가중치로 삼는다면 이용자에게 보다 나은 변호사 정보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재우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도 “별점 평가 금지는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불편을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려대 리걸테크센터장인 이병준 교수는 법무부의 가이드라인이 변호사검색서비스에만 한정된 것과 관련,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통한 법률서비스 제공이 법률 사무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시급한 상황인데, 다소 뒷북치는 느낌”이라며 “국내 리걸테크 시장은 앞으로 몇 년만 지나면 글로벌 기업에 의해 침투당할 수밖에 없고, 여기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납작 엎드려 있는 시장이 성장할 수 없다”고 짚었다.
업계에선 사건을 정식 수임하기 전 상담료는 허용하되 변호사의 보수액은 표기를 금지한 데 대한 지적이 나왔다. 엄보운 로앤컴퍼니 이사는 “상담료만 공개할 때보다 수임료와 상담료 모두를 공개할 때 소비자들의 지불 용의가 두 배 가까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선 소비자의 사법 접근성을 고려해 늦지 않은 시기에 재논의가 이뤄질 수 있길 희망한다”고 했다. 법률 종합 포털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가이드라인 내용을 반영해 변호사 프로필 페이지에 표기돼 있던 보수액 정보를 전면 없앴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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