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부인 김혜경 여사가 16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를 통해 외교 무대에 첫발을 내디뎠다. 조용한 내조를 고수해온 김 여사는 첫 공식 외교 석상에서 단아한 전통 한복을 입고 등장해 이목을 끌었다.
대통령 부인의 외교 데뷔는 단순한 의전을 넘어선 메시지를 담는다. 의상과 태도 하나하나에 국가 이미지와 외교 전략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김혜경 여사의 이번 등장을 계기로, 역대 영부인들이 첫 외교무대에 나섰을 때의 패션과 그 의미가 다시 조명되고 있다.
김혜경 여사는 이날 다니엘 스미스 캐나다 앨버타주 주지사가 주최한 환영 리셉션과 메리 사이먼 캐나다 총독이 주관한 만찬에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참석했다. 조용한 내조를 고수하던 그의 첫 등장은 연노란 치마와 녹색 저고리로 구성된 전통 한복 차림이었다.
행사 현장에서도 김혜경 여사의 복장은 단연 돋보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혜경 여사는 캐나다의 다양한 구성원, 각국 정상들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며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며 "정장 또는 전통의상이 복장 규정이었고, 김혜경 여사는 한국의 전통미를 자연스럽게 드러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장에서는 전통 의상에 감탄한 외빈들의 사진 촬영 요청이 이어졌고, 김혜경 여사는 분주히 인사를 나누며 연성 외교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덧붙였다.
김혜경 여사는 대선 기간 내내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논란을 의식한 듯 언론 노출을 자제하며 '조용한 내조' 기조를 유지해왔다. 이번 외교무대에서도 별도의 단독 일정 없이 대통령과 동행하며 절제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 부부는 1박 3일간의 G7 일정을 마치고 오는 18일 귀국할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2022년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NATO) 정상회의를 통해 외교 무대에 데뷔했다. 3박 5일간 이어진 일정 동안 다양한 스타일 변화를 보여주며 ‘패션 외교’라는 신조어를 남겼다.
첫 등장은 공군 1호기 안에서였다. 김건희 여사는 흰색 투피스에 브로치와 얇은 벨트를 매치한 단정한 차림으로 윤 대통령과 함께 기자들 앞에 깜짝 등장했다. 흰색 투피스는 고요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연출하며, 영부인으로서의 첫 공식 노출에서 안정감을 주는 선택으로 평가받았다.
이후 격자무늬 셋업, 노란 상의에 하늘색 스커트 등 다양한 룩으로 변화를 주며 각국 정상 부인들과의 일정에 참여했다. 만찬 자리에서는 동양적 문양이 장식된 화이트 칵테일 드레스에 흰 장갑, 검은 손지갑을 더해 격식을 갖춘 모습을 연출했다.
스페인 한국문화원을 찾은 일정에서는 한복 전시 공간과 한글 학당을 둘러보며 문화 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지만, 이때는 한복을 직접 착용하진 않았다.
김건희 여사가 처음으로 전통 한복 차림을 공식 석상에서 선보인 것은 같은 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 자리였다. 당시 그는 흰색 저고리와 연보라색 치마로 구성된 단아한 한복을 택했다. 연보라색 치마는 온화하고 절제된 분위기를 자아내며, 해외 동포들과의 만남이라는 자리의 성격을 고려한 신중한 선택으로 읽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정숙 여사는 2017년 미국 백악관 환영 만찬에 참석하며 외교 무대에 데뷔했다. 그는 화려한 드레스 대신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옷감으로 만든 전통 한복을 선택해 단아한 품격과 서사를 함께 담아냈다.
김정숙 여사가 착용한 한복은 하얀 저고리와 쪽빛 치마, 비취색 장옷으로 구성됐다. 해당 옷감은 김 여사의 모친이 서울 광장시장에서 운영하던 포목점에서 준비한 것으로, 쪽물 염색과 홍두깨 다듬이 등 전통 기법으로 제작됐다. 전통 칠공예 방식인 나전(螺鈿)이 적용된 손가방도 함께 매치해 전통미를 완성했다.
김정숙 여사는 만찬 직후 "한복이 일상 속에서도 더 많이 활용되길 바란다”고 밝히며 한복 산업의 활성화를 바라는 뜻을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 역시 "신뢰와 희망을 상징하는 파란색을 중심으로 절제되고 내실 있는 이미지를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김정숙 여사는 전직 주한 미국대사 부인과 주한미군 부인들로 구성된 '서울·워싱턴 여성협회' 간담회에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미대사 부인이 김 여사의 분홍색 장옷을 "아름답다"고 칭찬하자, 김 여사는 즉석에서 장옷을 벗어 선물해 눈길을 끌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