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 서울 시내 주요 상권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후텁지근한 날씨에도 명동, 성수, 홍대 등 주요 상권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서울 시내 백화점은 물론 근교의 스타필드 등 프리미엄아울렛도 주차에만 수십 분이 걸릴 정도였다. 직장인 이모씨(35)는 “가족과 훠궈를 먹으려고 하이디라오 건대입구점을 갔는데 예상 대기시간이 2시간 반이었다. 요즘은 어디를 가든 사람이 넘쳐난다”고 했다.

17일 대체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롯데아울렛의 6월 둘째 주(8~14일) 카드 결제 추정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3% 늘어난 811억원이었다. 직전 주에도 15.8% 뛴 1227억원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의 6월 둘째 주 카드 결제 추정액은 전년 동기보다 12.2% 증가했다.
같은 기간 편의점 CU(17.4%)와 GS25(3.4%), 마트인 GS더프레시(18.4%), 롯데마트·롯데백화점·롯데하이마트를 포함한 롯데쇼핑(14.0%) 등 유통 채널도 소비 회복세가 뚜렷했다.
신라호텔(55.8%), 워커힐(24.4%), 그랜드인터컨티넨탈(38.1%) 등 호텔 매출도 뛰었다. 외국인 관광객 영향도 있지만 대선 이후로 미룬 모임, 여행 등이 몰려 식당 등의 매출이 늘었다는 게 호텔업계 설명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주요 레스토랑의 저녁 예약 수개월 치가 꽉 찼다”고 했다.
전미영 소비자트렌드분석센터 연구원은 “지난 5월 가정의달에 소비가 많았어야 했는데 그때 정치적 변수로 억눌린 소비 심리가 6월 들어 한꺼번에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 심리가 급격히 개선된 이면엔 대선 이후 급등한 주가와 부동산시장이 있다. 코스피지수는 대선 이후 9거래일 만에 9% 넘게 오르며 3000선을 눈앞에 뒀다. 서울 부동산시장은 한강 벨트를 중심으로 연일 신고가를 쓰고 있다. 자산 가치가 단기간에 치솟으면 ‘부자가 됐다’는 착시에 빠져 사치재 소비가 늘어난다. 명품 브랜드 샤넬의 6월 둘째 주 카드 결제 추정액은 전년 동기보다 46.8% 많은 185억원이었다. 버버리(17.1%), 불가리(44.9%), 반클리프아펠(65.3%) 등 명품 브랜드의 매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스피지수가 3000선 가까이 오르고 집값도 뛰자 사람들이 ‘돈이 생겼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자산 가치 급등과 다양한 민생 공약이 맞물려 냉각됐던 소비 심리가 개선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새 정부가 쏟아낼 것으로 전망되는 유통 규제가 내수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장기간 이어진 내수 부진이 마침내 끝난 것으로 보이는데 새 정부가 대형마트, 플랫폼 등에 족쇄를 채우는 규제안을 내놓아선 안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윤상/라현진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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