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지수가 '3000피'(코스피지수 3000)를 목전에 두고 있는 가운데 국내 증시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주가 흐름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3000선 돌파에 그치지 않고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삼성전자 주가 상승이 동반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지난 3일 새 정부 출범 이후 전날까지 11.17% 올랐다. 거버넌스 개선, 자사주 의무 소각 등 새 정부의 정책 모멘텀을 통해 증시가 부양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수 상승은 '돌아온 외국인'이 이끌었다.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만 3조7237억원을 쓸어담았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는 반도체에 집중되고 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SK하이닉스 주식 1조2472억원어치와 삼성전자 주식 5254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 기간 순매수 1·2위다. 전체 순매수 금액의 47%를 두 기업을 담는데 할애했다.
다만 두 기업의 주가 흐름은 엇갈리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전날 장중 26만원을 돌파해 사상 최고가를 다시 쓰는 등 '30만닉스'를 향해 올라가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 주가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9일 장중 '6만전자'를 터치하기도 했지만 이내 매수세가 줄면서 다시 5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새 정부 출범 후 SK하이닉스 주가가 20.0% 오르는 사이 삼성전자 주가는 2.28% 상승하는 데 그쳤다.
기간을 올해로 넓히면 코스피가 22.8% 오르는 동안 삼성전자는 7.5% 오르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전체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역대 최대치(2021년 1월·25%) 대비 10%포인트 넘게 떨어진 14%대까지 쪼그라들었다. 이 비율은 약 9년 만에 최저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근거로 현저히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PBR은 최근 지수 상승 이후 1.0배까지 올라왔다. 연중 저점에서 코스피 PBR은 0.82배였다.
반면 삼성전자 PBR은 지수 상승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 채 여전히 0.95배(12개월 선행 기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PBR은 4.5배 수준이고 시총 1위 마이크로소프트(MS) PBR은 12배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현재의 주당순자산을 유지한다면 7만전자일 때 PBR은 1.24배 수준, 8만전자일 때 1.47배 수준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8만원까지는 올라야 일본 증시 시총 1위 도요타자동차(PBR 1.48배) 수준에 근접한다.
전문가들은 파운드리 부문에서 의미 있는 실적 개선이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파운드리를 포함한 비메모리 사업부에서 2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낸 것으로 추산됐다.
서승연 DB증권 연구원은 "현 주가는 12개월 예상 PBR 기준 0.9배로 여전히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높다"면서도 "추세적으로 주가가 상승하기 위해선 그래픽처리장치 주요 고객사에 1cnm(선단공정) 기반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과 대형 파운드리 수주가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올해 예상 주당순자산(BPS) 기준 PBR은 1.2배 수준"이라며 "하반기 개선될 실적 모멘텀과 자사주 추가 소각 카드, 경쟁사와의 밸류 차이를 고려할 때 도달 가능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레벨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9시46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1.20%(700원) 오른 5만8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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