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력 추진 잠수함 확보나 핵무기 개발을 요구하는 민간 외교·안보 싱크탱크의 보고서가 잇따라 발간됐다.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항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다시 커지고 있다. 핵무기 확산 금지와 무관한 원자력 잠수함의 경우 호주나 브라질과 같이 공개적인 국책 사업으로 추진하자는 주장이다. 핵무기 개발을 지지하는 여론도 여전히 강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핵 무기 개발론자인 정 부소장 직무대행은 "북한의 핵 잠수함이 놀라울 정도로 빠른 진전 속도를 보여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2021년 전략 핵잠수함(SSBN) 개발 의지를 밝힌 뒤 불과 3년만인 지난 3월 건조 중인 최대 1만t급으로 추정되는 초대형 잠수함 사진을 공개했다. 정 부소장 직무대행은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대가로 러시아에서 잠수함용 소형 원자로 기술을 제공받는다면 핵 잠수함 완성은 시간문제"라고 우려했다. 이어 "북한 전략 핵잠수함은 전략 핵무기와 전술 핵무기를 모두 운용 가능하도록 건조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이 전략 핵잠수함을 완성하면 이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래식 잠수함으로는 핵잠수함을 감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디젤 잠수함인 손원일급 잠수함 등이 동해 1함대를 출발해 북한 신포 마양도 잠수함 기지까지 가서 매복할 수 있는 작전 시간은 4일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소장 대행은 "핵 잠수함 건조에 장기간이 걸리는 만큼 이재명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의제에 이 안건을 상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한국은 재래식 잠수함을 독자 건조하고 수출도 추진할 만큼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호주나 브라질처럼 핵잠수함 개발을 ‘국책사업’으로 지정해 공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핵 잠수함 확보 방안으로 한·미·일이 핵잠수함의 공동 개발 및 운용을 위한 3자 컨소시엄을 제안했다. 한·일이 핵잠수함을 보유하면 각각 북한과 중국의 위협을 견제해 미국의 국가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미국과의 협력이 불발될 경우 프랑스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도 제안했다. 정 부소장 대행은 "프랑스의 핵 잠수함은 저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원자로를 쓰기 때문에 미국보다 프랑스의 핵잠수함 운용 경험으로부터 더 많이 배울 수 있다"고 했다.
아산정책연구원 피터 리 연구위원과 강충구 책임연구위원은 지난 16일 발간한 '조건부 문항을 통해 본 핵무장 여론'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아산연구원이 실시한 여론조사 분석 결과 응답자의 76.2%가 자체 핵무장을 지지했다. 더 나아가 응답자의 68.1%는 경제재재를 받는 것을 감안해도 핵무기 개발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한미군 철수할 경우에도 지지율이 59.2%로 절반을 넘었고, 실제 핵 시설을 국내에 짓고 핵 실험을 하는 것을 감안한 지지 의견도 57.2%에 달했다. 리 연구위원은 "미국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가 약화하고 북핵 위협이 고조된 가운데 핵무기 보유의 안보적 이익이 잠재 비용보다 높다는 인식은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미국 전술핵 재배치의 경우 자체 핵 개발에 비해 선호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군 전술핵 재배지에 대해선 응답자의 66.3%가 지지 의사를 밝혔다. 자신의 거주지 주변에 미군 핵무기가 배치된다는 조건의 질문에선 39.7%만 찬성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