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PN AI Opportunity Fund가 말하는 공정한 디지털 미래기술은 끊임없이 진보하지만, 그 진보가 모두에게 동일한 속도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인공지능(AI) 역시 마찬가지다. 대규모 언어모델, 자동화된 업무 프로세스, 생성형 알고리즘은 이미 산업과 일상 속 깊이 들어와 있다. 하지만 기술이 바꾸는 현실이 가져오는 기회가 모든 이들에게 동일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AVPN이 주도하는 AI 오퍼튜니티 펀드 : 아시아 태평양(AI Opportunity Fund: Asia-Pacific)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기술의 혜택이 소수에게만 집중되지 않도록, 더 많은 이들이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문제의식이다. 구글닷오알지(Google.org)와 아시아개발은행(Asian Development Bank, ADB)의 지원으로 2024년 출범한 이 펀드는 최근 1000만 달러가 추가로 출연되며 총 2500만 달러 규모로 확대되었다. 아시아 태평양 33개 시장에서 수십만 명의 노동자와 소상공인에게 AI 접근성과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이 펀드의 목적은 단순한 자금 지원이 아니다. 디지털 전환의 흐름 속에서 뒤처지는 사람과 조직이 없도록, 사회적 전환의 기반을 종합적으로 설계하는 것이다. 교육이 곧 기반시설이 되는 시대,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는 현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적 자산이다.
AVPN의 보고서 'AI for All'에 따르면, 수혜 예상 대상자 중 AI 교육을 경험한 비율은 고작 15%에 불과했고,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그러한 교육 기회 자체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 통계는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 단지 기기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와 기회의 불균형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번 펀드의 1차 라운드에서 한국의 교육기관 두 곳이 처음으로 수혜기관으로 선정됐다는 사실이다. 지니파이(Geniefy)는 청년 구직자 대상 AI 실무 커뮤니티 ‘지피터스(Gpters)’를 운영하며, 생성형 AI를 실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어썸스쿨(Awesome School)은 전국 2500명의 중등 교사를 대상으로, AI를 활용해 교육 현장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도록 설계된 교원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 예정중이다. 이는 단순한 전달형 교육이 아니라, ‘기술을 경험하고 전파할 수 있는 사용자’를 양성하는 전환형 구조다.
또한 AVPN은 서울대학교 AI연구원(SNU AI Institute)과 협력하여, 한국 사회의 특성과 수요에 맞는 현지화된 교육 콘텐츠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한국은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빠른 만큼, 기술 격차도 크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국가로 간주된다.
현재 펀드는 2차 라운드 공개 모집 중이며, 기존 ‘노동자(Workers)’ 트랙 외에 소상공인(MSMEs: Micro, Small and Medium Enterprises)을 위한 별도 트랙이 신설되었다. 특히 동남아시아 등 비공식 경제 비중이 큰 지역에서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AI를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금 한국 사회는 디지털 교육 접근성의 불균형, 세대 간 AI 이해도의 격차, 그리고 중소기업의 기술 도입 부담이라는 세 가지 장벽 앞에 서 있다. 특히 지방 중소기업이나 공공복지 현장에서는 AI라는 단어조차 현실과는 멀게 들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구조적 격차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대적 방식의 교육 인프라가 필요하다. 그것은 단순히 기술을 배포하는 차원을 넘어서, 사람과 조직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적 토대를 의미한다. 이 기반은 ‘기술 인프라’가 아니라 ‘사회적 금속(金屬)’처럼 튼튼하고 유연해야 한다. 외부 충격에 휘지 않고, 다양한 구성원이 붙어도 균형을 유지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AVPN은 이를 위해 AI 싱가포르(AI Singapore), 와드와니 AI(Wadhwani AI, 인도), 아세안 재단(ASEAN Foundation), 서울대학교 AI연구원(SNU AI Institute) 등과 전략적 협력을 맺고, 브락(BRAC, 방글라데시), 왕(WANG, 파키스탄), 싱글마더스 시스터후드(Single Mothers’ Sisterhood, 일본) 등 총 49개 지역 기반 교육기관들이 현지 수요에 맞는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전파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국 역시 지니파이와 어썸스쿨을 시작으로, 사회적경제 조직, 지자체, 직능단체, 청년 플랫폼 등 다양한 주체들이 이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다.
AVPN은 정보 제공, 신청서 작성, 번역 등 실무 전 과정을 직접 지원하며, 한국 기관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고 있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이 누구에게 닿고, 누가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가이다. 디지털 시대의 불평등은 기계의 성능보다 ‘기회의 구조’에서 비롯된다. AVPN은 기술의 흐름이 새로운 계층을 고착화하는 도구가 아니라, 격차를 줄이고 연결을 확장하는 수단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종종 ‘디지털 전환’을 기술 발전과 산업 성장의 언어로만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것은 연결과 포용의 언어이기도 해야 한다. AI 오퍼튜니티 펀드는 겉으로는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여럿이 함께 한다면 기술 · 교육 · 경제를 지탱하는 몽석 같은 사회적 기반이 될 수 있다. 기술은 누구나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공공의 자원이어야 하며, 그 가능성은 특정한 이들에게만이 아닌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과제는 기술의 진보를 좇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두는 전환의 길을 함께 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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