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피부미용 의료기기 업체 비올 주가는 10.54% 급등한 1만2380원에 장을 마쳤다. 국내 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가 비올의 경영권을 인수하고 공개매수를 통해 상장폐지를 진행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매수 규모는 약 4680억원으로 예상된다. 기간은 이날부터 다음달 7일까지 20일간이다.
이런 방식의 공개매수는 이미 시장의 큰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22년 5건에 불과하던 공개매수 공시 건수는 지난해 26건에 이어 올 들어 벌써 10건에 달하고 있다. 이 중 자발적 상장폐지를 위해 공개매수에 나선 기업이 4곳이다.
기업들이 상장폐지를 신청하려면 자사주를 제외하고 발행주식의 95% 이상을 취득해야 한다. 자사주를 많이 들고 있는 기업이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할 때 유리하다는 얘기다. 예컨대 올해 공개매수를 신청한 통신 소프트웨어 업체 텔코웨어의 자사주 비중은 44.11%에 달했다.
기업들이 비상장사 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향후 정부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비상장사가 되면 주주환원에서 자유로운 데다 공시 의무가 없어 당국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상장사 대주주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사모펀드는 원하는 대로 배당과 감자 등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소액주주 반발을 의식해 무리하게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다 실패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한솔PNS, 신성통상 등은 최근 공개매수 과정에서 응모 물량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거나 사실상 실패했다.
대신증권은 최대주주 지분율과 자사주 비중의 합산이 70% 이상이거나, 자사주 비중이 50% 이상인 상장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경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시행되면 최대주주 지배력이 낮은 상장사들은 경영권 안정을 위해 선제적으로 자발적 상장폐지를 선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자사주 비중이 높은 상장사로는 신영증권(53.10%) 인포바인(51.45%) 일성아이에스(48.75%) 조광피혁(46.57%) 매커스(44.38%) 부국증권(42.73%) 등이 꼽혔다. 다만 이들 기업의 최대주주 비중은 제각각이다. 신영증권은 20.58%, 인포바인 17.43%, 일성아이에스 38.19%, 조광피혁 30.65%, 매커스 11.0%, 부국증권 29.99% 등이다.
개인투자자들은 공개매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당장 주가가 공개매수 가격 수준까지 뛰는 경우가 대부분인 데다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 간 분쟁이 생기면 추가 상승할 여력도 높아서다. 고려아연 주가는 지난해 MBK파트너스·영풍과 경영권 분쟁을 겪는 과정에서 당시 공개매수가를 크게 웃돌기도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주주환원 요구와 기업 공시 등 의무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공개매수 후 자진 상장폐지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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