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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조 대상속 시대…자산 이전에 미래 달렸다

입력 2025-07-01 06:00   수정 2025-07-07 08:08

[커버스토리]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3일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는 1024만4550명으로 전체 인구(5122만1286명)의 20%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뒤, 2017년 8월에는 고령 인구 비중이 14.02%에 이르며 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이후 고령화 속도가 더욱 빨라져 불과 7년 만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통계청은 우리나라가 올해 중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정부 예상보다 앞당겨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것이다.

이제 막 초고령사회가 현실적인 사회적 과제로 떠오른 한국은 이미 그 앞길을 걷고 있는 일본의 사례에서 많은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상속’이다.

일본에서 먼저 시작된 ‘대상속시대’

생존자 중심의 ‘생애소득’이 아닌, 사망자에서 비롯된 ‘자산 이전’이 경제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일본은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가 인생의 마지막 단계인 사망기에 접어들고 있어 향후 20년간 약 1000조 엔 이상의 자산이 자녀세대로 이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른바 ‘대상속시대(大相續時代)’의 등장이다. 이 거대한 부(富)의 이동은 지역경제, 부동산 시장, 금융 산업에 구조적 충격을 가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1949년에 태어난 일본의 단카이 세대 인구는 약 81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2025년이면 모두 75세 이상 초고령층에 진입하게 되며,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도 30%까지 확대돼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율이 높은 국가가 될 전망이다.

일본의 연간 사망자 수는 2000년 96만1000명에서 2022년 156만9000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 중 7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77%에 달한다. 이처럼 사망자가 급증하는 ‘다사사회(多死社?)’가 본격화되면서, 상속에 대한 사회적 수요와 관심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다사사회란 단순한 고령화가 아닌, 사망자 급증이 경제와 사회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단계를 뜻한다. 대상속시대는 이러한 다사사회의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일본 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내 연간 상속자산은 2022년 약 46조 엔에서 2030년 48.8조 엔, 2035년 50.4조 엔, 2040년에는 51조 엔까지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매년 약 50조 엔(약 450조 원)에 달하는 규모의 부가 세대 간에 이전되고 있음을 뜻한다.

이러한 가운데 일본 내에서는 가족 구성 및 사회 변화로 인해 부의 이전 시 발생할 수 있는 몇 가지 이슈들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상속은 단지 가족 간의 사적 행위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 결과는 곧바로 금융 및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변화로 이어진다. 특히 주목해야 할 현상은 금융자산의 도심 집중 가속화다. 일본 종합연구소에 따르면 부모세대는 지방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고, 자녀세대는 주로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대도시에 정착해 있다.

상속으로 지방 자금 대도시로 대이동

실제로 자녀의 20~30%가 3대 도시권에 거주 중이다. 이로 인해 상속이 발생하면 금융자산은 자연스럽게 도심 대형 은행으로 이동하며, 지방은행은 막대한 자산 유출의 위협에 직면한다.
스미토모 신탁은행은 3대 도시권의 가계 금융자산 비중이 현재 60.4%에서 30년 후 64.9%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방의 금융 기반 약화와 도심 금융권 집중을 가속화하는 주요 변수다. 부동산의 경우, 문제는 더욱 복잡하다.

유산 중 부동산의 비중이 높을수록 상속인 간 분쟁 소지가 커지며, 실제로 유산분할 조정 사건 중 1000만 엔 이하의 유산이 전체의 33%를 차지했고, 이 중 절반가량이 부동산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부동산이라는 ‘분할이 어려운 자산’이 소규모 상속에서 갈등의 핵심이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현금처럼 명확히 나누기 어려운 부동산은 상속자 간 의견 불일치로 쉽게 이어지며, 결국 가정법원까지 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상속재산의 절대 규모보다도, 그것이 어떤 자산으로 구성돼 있고, 상속인 간 사전 조율이 얼마나 이뤄졌는지가 분쟁 여부를 가르는 핵심”이라며, “소액 상속일수록 갈등이 더 극단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중산층 이하 가구도 생전부터 상속 설계에 대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속에 일본에서 유산 상속을 둘러싼 분쟁이 해마다 확대되고 있다. 일본 가정법원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법원에서 종결 처리된 유산분할 사건 수는 총 1만2981건으로, 2000년의 8889건 대비 약 42% 증가한 수치다. 명목상으로는 전체 사망자 수 대비 약 0.8% 수준이지만, 실제로는 법적 분쟁에 이르지 않고 비공식적으로 발생하는 갈등까지 고려하면 훨씬 더 많은 사례가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급증하는 상속 분쟁…한국도 현실화

실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상속을 경험한 이들 중 22.9%가 ‘문제를 겪었다’고 응답했다. 이는 상속 분쟁이 통계에 포착되는 것 이상으로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방증한다. 분쟁의 근본 원인은 단순한 유산 규모나 법률적 절차의 복잡성에만 있지 않다. 일본에서는 ‘종활(終活: 인생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활동)’이라는 개념이 비교적 보편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유언장 작성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많은 고령자들이 사후 갈등을 방지하기 위한 유언장을 작성하지 않거나, 작성하더라도 가족 간 충분한 공유가 이뤄지지 않아 상속인들 간 의견 충돌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 역시 상속을 둘러싼 가족 간 분쟁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대법원 사법연감을 보면 상속 관련 소송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2년 ‘유류분반환청구 소송’ 민사본안(1심) 접수 건수는 1872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6년 1096건에서 2017년 1233건, 2018년 1373건, 2019년 1512건으로 꾸준히 증가했으며, 2020년에는 1447건으로 다소 감소했지만 2021년에는 1702건으로 다시 257건 늘었다.

상속재산분할심판 청구 건수 역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전국 가정법원에 접수된 상속재산분할심판 청구는 2776건으로, 2016년(1233건)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연도별로는 2017년 1403건, 2018년 1701건, 2019년 1887건, 2020년 2095건, 2021년 2380건으로 해마다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단순한 통계적 현상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맞이하고 있는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동시에 심화되면서 상속을 둘러싼 분쟁이 더욱 빈번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고령층에 자산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고령층의 순자산은 전년보다 11.7% 증가한 4307조 원에 달하며, 사상 처음으로 4000조 원을 돌파했다. 이는 전체 가계 자산의 절반 이상이 고령층에 몰려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계 자산 절반 고령층이 보유

이처럼 자산의 상당 부분이 고령층에 집중되면서, 상속을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은 점점 더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부모세대의 재산을 둘러싼 형제자매 간 다툼은 물론, 사전증여나 편중된 유증으로 인해 유류분반환청구 소송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부동산처럼 분할이 어려운 자산이 유산에 포함될 경우, 처분 방법과 분배 비율을 두고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이처럼 방대한 자산이 고령층에 편중된 상황에도 불구하고, 상속과 자산 이전에 대한 사회적 준비는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이제는 자산의 ‘이전’이 아닌 ‘활성화’를 위한 전 사회적 논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배정식 법무법인 화우 수석전문위원은 “초고령사회에서 상속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가정이 늘어나면서, 상속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상속 관련 정보 제공과 사전 대처 방안 마련, 그리고 분쟁 가능성에 대한 인식 제고가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분쟁을 줄이고 자산 이전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신탁과 같은 제도적 장치를 통해 사전에 상속 구조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유언대용신탁, 민사신탁 등을 활용하면 본인의 의사를 반영하면서도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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