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와 국내를 오가며 불법 도박사이트를 개설하고 이용자들에게 약 40억원을 뜯어낸 범죄 조직이 붙잡혔다. 고향 친구 등 지인을 상대로 "무료 포인트를 주겠다"며 도박사이트로 꾄 후, 추가 입금을 반복적으로 요구하는 수법을 썼다. 검거된 일당 19명 중 20~40대 핵심 피의자 10명은 구속됐다.
19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 따르면 총책인 40대 남성 A씨는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필리핀과 국내에서 조직적으로 '먹튀 도박사이트' 250여개를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도박사이트 운영에 필요한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DB), 대포통장 등을 조달한 뒤, "소멸 예정 포인트가 남았다"는 거짓 메시지로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이후 피해자들이 현금으로 충전하거나 게임을 통해 포인트를 쌓으면, 시스템 오류 등을 핑계로 출금을 지연시키고 추가 입금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
이들은 이러한 수법을 이용해 하나의 사이트를 2~3주 동안 운영하고 폐쇄 후 잠적하기를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계좌 잠금 해제를 위한 추가 비용이나 소득세 명목으로 돈을 반복적으로 입금해야 했다. 금융감독원의 모니터링을 피하기 위해 복잡한 코딩과 인증 절차까지 강요받았다.
피해 규모는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최대 1억5000만원에 이른다. 334명의 피해자는 대부분 일당의 고향 친구 등 지인이었으며, 미성년자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은 경찰의 수사를 피하기 위해 숙소에서 단체생활을 하며 가명을 사용하고 휴대전화를 수시로 교체하는 등 치밀하게 조직을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역시 도박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용해 "불법 도박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협박해 신고를 억제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첩보를 입수해 수사를 시작한 경찰은 자신의 처벌을 우려해 신고를 꺼리던 피해자들을 역으로 찾아내 설득하며 일당을 역추적했다.
수사 끝에 지난해 9월 서울의 사무실을 급습하는 데 성공한 경찰은 현장에서 현금 11억7000만원을 압수했고, 이후 주식과 예금, 차량 등을 추가로 압수해 총 24억5000만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환수했다. 국내에 있던 핵심 피의자 10명은 구속했으며 해외 도피 중인 1명은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한 상태다.
경찰은 "범죄 수법이 다양하고 교묘해 일반 시민들의 경각심이 필요하다"며 "관련 피해가 발생하면 즉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영리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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