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국제도서전을 계기로 올해 주빈국인 대만 작가의 소설이 잇달아 번역 출간되고 있다. 국내 출판업계에서 한국어로 번역되는 대만 책은 일본어, 영어 다음으로 많은 양을 차지한다. 대만은 일제 식민지 경험, 군사 독재, 산업화, 이산 경험, 높은 교육열 등 한국과 역사적·사회적으로 비슷한 지점을 공유한다. 대만 문학 역시 한국 독자가 공감할 만한 요소가 많다. 동시에 기후나 지리적 차이에서 오는 이국적인 부분은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이번 도서전의 대만 주빈관에는 84개 출판사가 선정한 500여 종의 책이 여섯 개 주제에 따라 전시됐다. 2018년 <도둑맞은 자전거>로 대만 작가 최초 맨부커상(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우밍이, <피아노 조율사>의 궈창성 등 대만 작가 23명도 초청돼 강연, 워크숍 등을 열고 있다. 이달 들어 출간된 대만 소설 중에선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7년간 과외선생으로 일했던 저자 우샤오러가 입시 경쟁과 사교육 열풍을 소재로 쓴 소설집 <네 아이는 네 아이가 아니다>가 그렇다. 대만의 왜곡된 교육 제도가 낳은 비정상적인 부모와 자녀 관계를 아홉 편의 작품을 통해 묘사했다. 작가는 원래 영문학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어머니의 오랜 바람으로 대만국립대 법학과를 갔다. 결국 꿈을 버리지 못하고 변호사의 길을 포기했다. 우샤오러는 첫 소설집을 내고 어머니와도 화해할 수 있었다고. 이 책에 실린 단편소설 다섯 편은 2018년 드라마로도 제작돼 가장 오래된 중화권 방송 시상식인 금종장에서 ‘텔레비전 영화상’을 받았다. 등구운의 장편소설 <조연 여배우>는 우연한 계기로 배우가 된 주인공이 언제나 조연 또는 단역에 머무르면서 느끼는 상실감과 이를 딛고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 등구운은 한국 배우 전지현과 닮았다는 이유로 대만의 한 광고에서 전지현의 대역을 맡아 데뷔한 배우이기도 하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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