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목적’으로 입국신고한 뒤 사실상 3개월짜리 근무 비자로 활용하는 방식은 편법이지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일방적 단속은 유감이다. 편법 입국을 막으려면 합법적 취업비자 발급 길을 터주는 게 순서지만 미국의 대응은 정반대다. 전문직 취업(H-1B) 비자, 주재원(L1·E2) 비자, 단기 상용(B1) 비자 발급은 갈수록 바늘구멍이 돼 하늘의 별 따기로 불릴 정도다.
한국인에 대한 H-1B 비자 발급은 연 2000명 안팎으로 통제된다. 그마저도 매년 3월에만 신청받아 신청자 9명 중 한 명꼴로 합격시킨다. 현지 공장에 생산 노하우를 이식하려면 숙련도 높은 전문가의 도움이 불가피하지만 B1 비자 발급에는 최소 100일이 소요된다. 현지에서 인력을 뽑으면 된다는 게 미국 정부의 입장이지만 소탐대실이다.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태양광, 변압기 등 첨단 산업이 대부분이어서 미국 내 숙련도 높은 인력을 갑작스레 확보하기 어렵다. 협력사는 더 어렵다. 주재원 비자 등을 받으려면 원청 기업과 직접적인 고용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을 지켜야 해서다.
답답한 기업들의 도움을 요청받은 한국 정부는 ‘미국의 주권 문제라 관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호주, 싱가포르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기초해 각각 연 1만5400명, 5400명의 ‘전용 취업비자 쿼터’를 받은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실망스러운 대응이다. 현재 미국 전문직 취업비자는 인도와 중국이 싹쓸이 중이다. 미국의 최대 투자국인 데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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