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부동산 시장에 ‘패닉 바잉’이 나타나고 있다. 주택 공급 부족, 금리 인하,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집값이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출 규제는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이자 서둘러 집을 사려는 움직임이다. 정부가 설익은 규제를 내놓는다면 2018년 때 같은 폭등장이 재연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강남권 집값 오름세는 한강 벨트로 확산하고 있다. 성동(0.47%→0.76%) 강동(0.50%→0.69%) 마포(0.45%→0.66%) 동작(0.39%→0.49%) 광진(0.17%→0.42%) 등은 강남권 못지않게 상승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서울 집값이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커지며 덜 오른 곳에서 ‘갭 메우기’가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주인들이 며칠 사이에도 호가를 수억원씩 올리는 가운데 매수자가 급하게 집을 사면서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18일 마포구 하중동 ‘한강밤섬자이’ 전용 84㎡는 19억원(5층)에 거래돼 보름 만에 직전 최고가(17억9000만원·17층)를 넘었다. 양천구 목동 ‘목동신시가지6단지’ 전용 142㎡는 37억원(1층)에 손바뀜해 사흘 전 거래된 최고가(33억9000만원·12층)보다 3억원가량 비싸게 팔렸다.
상승 거래 비중도 확대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25개 자치구 중 9개 구에서 상승 거래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올 1월만 해도 강남·서초·용산 등 3개 구에서만 상승 거래 비중이 50%를 넘었다. 지난달 강남구는 상승 거래 비중이 67.0%에 달했다. 이어 용산(61.1%) 서초(58.4%) 중구(57.5%) 순이었다.
금리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2018년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평균 연 1.54%였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2.50%로 당시보다 높지만 지난해 9월의 연 3.50%에서 1%포인트 하락했다. 시장에선 한은이 하반기에 금리를 두 번 더 내려 연말에는 연 2.0%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8년 당시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드는 가운데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양도소득세 중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 등 강력한 규제책을 편 것이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설익은 정부 규제는 일시적 효과만 낸 채 집값을 올린다는 학습 효과가 있다”며 “지금은 시장에 맡긴 채 장기적으로 공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 공급이 극히 적은 점도 불안 요인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3만5932가구에서 내년 1만923가구, 2027년 1만5095가구로 줄어든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문재인 정부 때보다 공급이 절벽인 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 “수요는 늘어나는데 살 수 있는 집이 부족하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임근호/한명현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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