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직접 고발장을 접수하거나 인지하는 사건뿐 아니라 관계당국이 고발하는 주가조작 등 주요 사건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금융당국 등이 검찰에만 고발하도록 명시한 19개 법을 개정해 경찰도 수사에 나설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검찰 개혁 과정에서 경찰 수사권 확대에 대비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경찰청은 이 같은 내용의 ‘수사기관 간 균형을 위한 불합리한 법령·제도 정비 방안’을 20일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령·제도 정비의 핵심은 검찰로만 고발·통보할 수 있도록 한 법 조항을 ‘수사기관’ 또는 ‘관할 수사기관의 장’으로 바꿔 경찰도 수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국정기획위 소속 한 위원은 “위원회에서 살펴볼 계획”이라며 “막 시작하는 단계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본시장법 공정거래법 등 19개 현행 법률은 해당 기관이 고발·통보를 검찰총장이나 검찰청에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제178조의 3은 증권선물위원회의 불공정거래 통보 대상을 검찰총장으로 제한한다. 이 밖에 공정거래위원회(공정거래법) 국세청(조세범 처벌법) 관세청(관세법)도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검찰에 고발하도록 돼 있다. 국회 증언감정법상 위증 사건의 고발 대상 역시 검찰로 정해져 있다.
경찰은 검찰이 독점한 관계당국 고발 사건을 맡으면 성과를 낼 역량을 갖췄다고 자평한다. 증선위가 한 해 검찰에 고발 및 통보하는 40~60건의 사건 역시 경찰이 맡아 신속하게 수사하겠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증선위에서 검찰로 넘어간 불공정거래 사건이 기소나 불기소 처분을 받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393일에 달한다.
경찰의 이 같은 움직임은 수사체계 개편을 앞두고 수사 권한을 선점하려는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수사체계는 검찰청이 폐지되고 경찰 국가수사본부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중대범죄수사청 등 세 곳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경찰 안팎에선 새 정부가 수사기관 간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수사기관을 재편하려는 기조를 세운 만큼 수사권 확대 요구가 어느 정도 받아들여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권에선 검찰의 수사권 독점을 깨려는 관련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은 지난해 10월 증선위가 검찰뿐만 아니라 관할 수사기관에도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을 정비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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