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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부터 분배까지 내 뜻대로… ‘상속 해결사’ 유언대용신탁

입력 2025-07-01 06:00   수정 2025-07-07 08:07

[커버스토리] 전국민 상속시대




국내 고령 인구가 늘어나고 상속 설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유언대용신탁을 향한 관심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유언대용신탁 상품 잔액은 올해 1분기 말 3조6000억 원으로 성장했다. 유언대용신탁 규모는 2023년 1분기 말 2조3000억 원, 지난해 1분기 말 3조3000억 원을 기록, 매년 증가세를 보여 왔다. 유언대용신탁 이용 건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도입 초기였던 2012년 1만8000건을 기록한 데서 지난해 9월에는 25만5000건까지 증가했다.

유언과 유언대용신탁, 어떻게 다른가

신탁은 믿을 ‘신(信)’과 부탁할 ‘탁(託)’이라는 한자를 쓴다. 믿고 맡긴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고객이 신탁 계약을 통해 금융사 등 수탁자에게 재산을 맡기고, 수탁자는 그 재산을 계약에서 정해 둔 방법에 따라 관리, 처분하는 구조다. 미국 등 선진국에는 이미 신탁을 통한 상속이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다. 유언대용신탁의 경우 계약자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본인을 수익자로 설정해 안전하게 재산을 보관하다가, 사후에는 미리 지정해 놓은 가족이나 제3자에게 유산을 분배, 관리하는 상속 방식으로 많이 쓰인다.

유언대용신탁의 가장 큰 특징은 유산을 물려줄 당사자가 원하는 방식대로 사후 재산의 처분을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신탁 계약자가 자산에 대한 통제권을 사망 직전까지 쥘 수 있다. 예컨대 고인의 생전 의지와는 상관 없이 법정상속인 간의 합의를 통해 유산을 나눠 가지거나, 법이 결정해 둔 비율에 따라 강제적으로 상속이 이뤄지는 경우를 미연에 방지하는 방향으로도 설계가 가능하다. 상속인 간의 분쟁을 사전에 방지해주는 효과도 일정 부분 갖고 있어, 최근에는 자산가뿐만 아니라 대중들도 관심을 기울인다.

그렇다면 유언과 유언대용신탁의 차이는 무엇일까. 일단 유언은 민법, 유언대용신탁은 신탁법을 근거법으로 갖는다는 점이 다르다. 우리나라에 유언대용신탁이 도입된 것은 2011년 신탁법이 개정된 이후다. 유언이 적용되는 경우에는 특정 상속인에게 재산이 한번에 이전되지만, 유언대용신탁은 설계에 따라 여러 세대로 재산을 이전하는 것도 가능하다. 죽은 남편의 유산을 상속받은 부인이 모든 상속재산을 지니고 있다가, 부인마저 사망하면 남은 자녀들에게 재산을 순차적으로 이전하는 식으로 설계할 수 있다.



상속받는 시점을 위탁자가 미리 정해 두는 것도 가능하다. 자녀가 충분히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시점까지 수탁자인 금융사가 잘 보관해 뒀다가 추후에 재산을 이전해주는 식이다. 이처럼 신탁은 고인이 일군 재산을 보다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는 도구로 자주 쓰인다. 만약 금융사가 파산하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계약 내용에 따라 수익자에게 분배되는 데는 영향이 없다.

유언은 앞서 정해 둔 내용을 변경하려면 새로운 유언장을 작성하는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 내용이 일부만 바뀌더라도 기존 유언이 철회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새로운 유언공증 절차를 밟아야 한다. 법에서 정한 여러 조건을 달성하지 않으면 자칫 무효가 될 위험도 존재한다. 반면 유언대용신탁은 위탁자와 수탁자의 합의를 통해 신탁계약서 내용의 일부를 수정, 변경할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도 유류분 반환 대상 위험

유언대용신탁을 이용한다고 해서 상속을 둘러싼 유류분에 얽힌 문제를 완전히 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류분은 피상속인의 유언 내용과 상관없이 특정 상속인이 일정 비율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상속재산을 뜻한다. 유언대용신탁이 고인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할 수 있는 상속 방식이라 상속인 간의 분쟁을 줄이는 묘안으로 떠올랐지만, 유언대용신탁 재산 또한 유류분 반환 대상이라는 판결에 최근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등 금융권에서 유언대용신탁을 본격적으로 상품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고, 신탁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자산가가 살아 있을 때는 금융사가 피상속인의 재산을 관리해주고, 사망한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분쟁을 일부 예방하는 쪽으로 상품과 계약을 설계해주기 때문에 실제로 유언대용신탁 수요가 상당히 높아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신탁을 통한 상속 설계가 일상화된 영미법계와 우리나라는 법적 상황이 다소 다르다. 영미법에서는 법정상속분의 몇 퍼센트를 무조권 이전해줘야 하는 유류분 제도가 없기 때문에 신탁 설계를 할 때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서 “국내 법원은 유언대용신탁의 재산이 유류분 소송을 완전히 자유롭게 피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어떤 논리를 통해서든 유류분 반환의 대상이 될 위험이 상존한다”고 했다.

이를 고려해 금융권에서는 일부 재산에 대해서는 법정상속 절차대로 이전되도록 하고, 남은 재산에 대해서만 유언대용신탁 플랜을 짜는 방향을 주로 제안한다. 혹시나 생길 사후의 분쟁을 최대한 피하려는 의도다.




최근에는 154조 원에 달하는 이른바 ‘치매머니(치매 노인이 보유한 금융자산)’를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관리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지난 5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65세 이상 치매 환자 124만 명의 소득과 자산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들의 자산 규모는 2023년 기준으로 153조541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머니의 규모는 2030년 220조 원, 2040년 351조 원, 2050년 488조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치매 환자는 앓고 있는 병의 특성상 자산을 관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재산의 자물쇠 역할을 하는 유언대용신탁이 치매머니의 보호 장치로 떠오른 이유다. 현재 금융사들은 유언대용신탁에 특약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치매 치료’와 ‘자산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유언대용신탁 상품인 ‘하나 리빙트러스트’를 일반형과 고객 맞춤형으로 나눠 선보였다. 치매로 인해 계약자의 의사 능력에 문제가 생길 경우 지급 청구 대리인을 통해 간병비, 병원비를 쓸 수 있게 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KB위대한 유산’, 우리은행은 ‘우리내리사랑 유언대용신탁’이라는 이름으로 유언대용신탁을 운용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토탈 종합재산신탁’을 출시했는데, 치매가 발병하는 등 건강에 문제가 발생하는 시점을 대비한 서비스를 연계했다.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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