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박찬대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의 만찬을 연기했다. 유력한 당권 주자로 꼽히는 박 전 원내대표와의 만남이 당권 경쟁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20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저녁 박 전 원내대표 등과 만찬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전날 돌연 일정을 미뤘다. 당 핵심 관계자는 뉴스1에 "사실상 전당대회 이후로 연기됐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만찬) 계획이 진행은 됐으나 여러 불가피한 일정이 있어서 연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 대통령과 전임 원내지도부 간 만찬이 갑작스럽게 미뤄진 것은, 이 대통령이 유력 당권 주자와 접촉하는 일이 당내 경쟁 구도에 미묘한 신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무 개입 논란을 피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박 전 원내대표는 친명(이재명)계핵심 인사이자 차기 당 대표 유력 주자로, 이르면 22일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낸 정청래 의원 역시 대표적인 친명계 인사로, 이미 지난 15일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고 본격적인 유세에 돌입한 상태다.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특정 후보에게 신호를 주는 듯한 인상을 피하기 위해 일정한 거리두기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가 이른바 '친명 대 친명' 구도로 흘러가고 있는 만큼, 이 대통령은 더욱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당 관계자는 "당 대표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굳이 불필요한 논란 자체를 차단하려 한 것 같다"며 "지금은 대통령의 어떤 접촉도 메시지로 해석되기 때문에 차라리 안 만나는 게 정치적 부담이 덜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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