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화 시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대거 공급됐던 '주공아파트'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뛰어난 입지와 높은 사업성을 바탕으로 속속 재건축에 나서면서 남아있는 주공아파트를 찾아보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주공아파트 이후 그린빌, 뜨란채, 휴먼시아, 천년나무, 안단테 등 다양한 공공주택 브랜드가 등장했지만, 주공아파트의 인지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입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다른 공공주택 브랜드보다는 주공아파트의 입지가 굳건합니다.
서울의 한 개업중개사는 "옛 주공아파트를 보면 볼품없다고 느낄 수 있지만, 입지와 대지 지분에 있어서는 경쟁 상대가 없다"며 "주공아파트만 골라서 매수해 재건축으로 재미를 본 투자자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특히 5층 이하 저층 주공아파트는 매수자가 줄을 서고, 집을 보지도 않고 살 정도였다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주택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대형 신축 아파트도 대부분 주공아파트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서울을 보더라도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래미안블레스티지', '디에이치아너힐즈', '개포자이프레지던스' 등이 모두 개포주공 1~4단지를 재건축한 곳입니다. 서초구 반포동에 지어지고 있는 '디에이치 클래스트', '래미안트리니티원'도 반포주공 1단지가 있던 자리입니다. 반포주공 2, 3단지는 각각 '반포래미안퍼스티지'와 '반포자이'로 재건축됐습니다.
송파구의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역시 잠실주공 1~3단지를 재건축한 곳입니다. 잠실주공 4단지도 '레이크팰리스'로 탈바꿈했고, 현재는 잠실주공 5단지가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강동구 둔촌동의 '올림픽파크포레온'은 둔촌주공 1~4단지를 재건축했고 '고덕그라시움', '고덕아이파크', '고덕아르테온' 등 고덕동과 상일동 일대 아파트들도 고덕주공 1~7단지를 재건축한 결과물입니다.
1971년 국내 최초의 고급 아파트로 준공된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아파트는 '한강자이더리버'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데, 지난 4월 전용 120㎡가 49억5000만원(3층)에 팔렸습니다. 지난해 3월 41억7440만원(1층)과 비교하면 1년 만에 8억원 가까이 올랐습니다.

정비업계에서는 주공아파트 특유의 입지적 강점 덕분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당시 공공택지에서 알짜배기는 모두 주공이 차지하고, 나머지 땅을 민간에 매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며 "워낙 좋은 입지를 선점하다 보니 재건축 시기가 도래하자 사업성에서 큰 강점을 갖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대지 지분과 용적률 등도 받쳐주니 재건축하면 분담금을 내기는커녕 환급금을 받는 경우도 생깁니다.
서울 내 주공아파트가 재건축을 거치며 대부분 사라지자 수도권에 남은 주공아파트 몸값도 치솟고 있습니다. 과천시 별양동 '과천주공 5단지'는 지난달 전용 103㎡가 27억5000만원(14층)에 팔려 신고가를 갈아치웠습니다. 재건축 절차를 밟고 있는 이 아파트는 거래마다 상승을 거듭하며 1년 만에 10억원 가까이 뛰었습니다.
인근 '과천주공 9단지', '과천주공 10단지' 등 재건축을 예정하고 있는 주공아파트 또한 거래마다 신고가 행진을 펼치고 있습니다. 과천시 중앙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주공아파트는 대지지분율이 높아 재건축하더라도 동일 평형을 선택한다면 분담금을 내지 않는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억대 환급금도 예상되기에 매수 문의가 많지만, 집주인들도 처분을 꺼리기에 매수 대기자가 줄을 섰다"고 말했습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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