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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술로 회사 수익 늘어"…연구원들 수억 보상금 요구

입력 2025-06-20 17:43   수정 2025-07-01 16:11

2005년 LG전자에서 휴대폰 사용자환경·경험(UI/UX) 관련 특허를 낸 전직 연구원 A씨는 2020년 회사를 상대로 1억원의 보상금을 요구하며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작년 4월 A씨에게 “공동발명자의 공헌도는 5%, A씨의 기여도는 50%”라며 920만원을 인정했다. A씨는 항소했고, 특허법원이 해당 사건을 심리 중이다.


중소 전기공사업체 대표였던 B씨는 2010~2016년 재직하며 전력케이블 관련 특허기술 7개를 발명했다. B씨 측은 “회사가 내 신기술로 공사 수주는 물론 장비 임대료 수익을 얻었다”며 72억원 규모 소송을 냈고, 특허법원은 지난달 38억원을 인정했다.

회사를 상대로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천억원대 직무발명보상금을 요구하는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과 공기업까지 전방위로 소송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법원에서 다투겠다” 급증세
20일 특허법원에 따르면 직무발명보상금 소송 건수는 2019년 2건에서 작년 31건으로 급증했다. 2020∼2021년 각각 6건에 그쳤지만 2022년 13건, 2023년 19건으로 매년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허법원은 2016년 ‘특허침해소송 관할집중’ 제도 도입으로 지식재산권 관련 민사소송 항소심을 전속관할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을 쉬쉬하던 과거와 달리 연구원 개개인의 권리의식이 높아진 점을 소송 증가 원인으로 꼽는다. 한 대형 로펌 지식재산권 변호사는 “소송 과정에서 회사 현직자들이 원고 측에 우호적인 진술서를 써주는 것을 꺼리지 않는 것이 최근 경향”이라며 “민감한 정보를 법정에서 공개해야 하는 부담이 큰 회사 측이 전부 승소한 사례는 드물다”고 말했다.

실제 소송에서 일정 수준 보상이 인정되는 구조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법원은 판례상 회사 매출, 발명 공헌도, 발명 기여도, 실시료율, 독점권 기여율을 각각 산정해 곱한다. 회사 측은 기업 단위 기술 발명에서 개인 성과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방어 근거로 삼지만, 기업 명의로 출원되더라도 개인의 발명이 수익으로 이어졌다면 보상받을 확률이 높은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불경기 속에서 국내 특허 분쟁 양상도 바뀌고 있다. 기업 간 특허 싸움보다 특허에서 파생된 보상 문제가 더 부각되고 있다. 2019년 113건이던 특허법원 민사항소 사건은 작년 178건으로 늘었다. 직무발명보상금 소송 비율은 같은 기간 1.8%에서 17.4%로 대폭 상승했다.
◇보상제도 미비가 분쟁 키워
직무발명보상금 제도는 2000년대 중반 도입됐지만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은 여전히 많지 않다. 특허청이 지난 2월 발간한 ‘2024년도 지식재산활동조사’에 따르면 직무발명 보상 규정을 두고 있는 중소기업은 45.8%에 그쳤고,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각각 79.4%, 75.8%였다. 규정이 있지만 보상을 꺼리는 사례도 많다. 금전 보상을 명시한 대기업은 96.5%에 달하지만 금전 보상을 실시한 경우는 57.8%에 불과했다.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의 실시율은 각각 47.4%, 30.8%였다.

기업 출원 특허가 매년 늘어나는 만큼 직무발명 분쟁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작년 출원된 특허 24만6245건 중 법인 비율은 86.8%에 육박했다. 대기업 출원 특허는 2020년 3만9745건에서 작년 5만6468건으로 4년 새 42.1% 증가했다.

현직자가 아닌 이직·퇴직자가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많은 만큼 기업들은 계약 단계부터 보상 규정과 방침을 엄밀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성환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에 직무발명 정의와 보상 기준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종업원들과의 의견 수렴 창구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시온/황동진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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