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reen of the Night 밤의 그린 91x117cm,이미지 양혜숙)
양혜숙 작가는 1999년과 2000년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입상했다. 2001년 첫 개인전 《대지의 풍경》, 2002년 제2회 개인전 《시간의 풍경》을 개최했다. 2007년부터 2018년까지는 ‘화려한 풍경’을 주제로 작업하고 개인전을 열었다. 2022년 개인전이 《역동적인 공감 DYNAMIC SYMPATHY》, 2023년 개인전도 《역동적인 공감 DYNAMIC SYMPATHY: 흔들리는 풍경》이었다.
이번 전시《인상적인 덩어리 Emotional Lump》에서 작가는 평면 회화 20여 점을 선보인다. 재료는 캔버스 아크릴 콘테 등이다. 2차원의 평면에 작가가 “껍질을 뚫고 나온 진짜 모습, 거친 야생성을 발산하는 동물적인 꿈틀거림과 덩어리”를 어떻게 구현했는지, 살펴보는 것도 전시의 관람 포인트다.

(Gorgeous Landscape-Snow Blossoms 화려한 풍경-눈의 꽃 117x91cm,이미지 양혜숙)
20여년간 양혜숙 작가의 작업 세계를 관통하는 주제는 자연과 환경, 인간에 대해 존귀함과 사랑이다. 주변의 평범한 풍경과 소재들이 발산하는 생명력과 에너지를 표현하는 데 집중한다.
양혜숙 작가는 “항상 우리가 추구하는 하이테크는 시간이 흐르면서 로우테크가 되고 버려지거나 잊혀진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도 모르게 도구화하거나 도구화된다. 그리고 시간과 함께 잊혀진다. 나도 그 범주에서 자유롭지 않다"면서도 "나는 그 사소한 대상들, 순간들을 좀 더 기억하길 바란다. 그리고 그들의 아름다운 여정에 존경을 표한다”라고 말한다.

(A Dynamic Lump 다이나믹한 덩어리 91x117cm,이미지 양혜숙)
양혜숙 작가는 작업 세계에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면 2023년 전후로 구분되는 재료의 변화를 꼽았다. 동양화를 전공했고, 주로 한지에 토분, 동양화 안료를 사용했다. 그런데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의 본질과 물질성, 역동성을 표현하는 데 이들 재료의 한계가 분명했다. 2023년부터는 캔버스에 아크릴을 사용한다. 양혜숙 작가는 "이는 대상의 즉각적인 물성, 즉 껍질을 뚫고 나온 진짜 모습, 거친 야생성을 발산하는 동물적인 꿈틀거림과 덩어리를 표현하고자 하는 나의 요구에 더 적합한 재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When I Love You 너를 사랑하면 162x130cm,이미지 양혜숙)
양혜숙 작가가 재료의 변화를 추구한 이면에는 관심사의 변화가 깔려있다. 작가는 주로 집 주변을 산책하면서 작품의 소재를 발견한단다. 아주 근사하거나 그럴싸한 소재보다는 누군가에 의해 버려진 대상이지만 시간의 축적과 외부의 물리적인 환경 영향을 그대로 받아 원래 물성에서 상당히 변화돼 또 다른 물성과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는 대상을 표현하는데 관심을 갖는다.
기존의 이미지는 주로 묘사와 서사적인 구성으로 주제를 전달하려고 했다. 현재 작가의 관심사는 대상의 즉각적인 물성에 있다. 즉 껍질을 뚫고 나온 진짜 모습, 거친 야생성을 발산하는 동물적인 꿈틀거림과 덩어리를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Gorgeous Landscape-The Breath of Night 화려한 풍경-밤의 호흡 117x91cm,이미지 양혜숙)
양혜숙 작가의 작품은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이자 고뇌의 산물이다.
“작업실을 가득 채워가는 나의 작품을 보면서 문득 생각에 잠겼다. ‘왜 나는 이 시간까지 잠도 못 자고 봄을 느껴 보지도 못하고 이러고 있을까……. 나의 귀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왜?’ 갑자기 의문과 한탄이 동시에 터져 나올 때 내 개개의 작품들 속에서 나 자신을 보았다. 결국 나는 시멘트 덩어리, 굴러다니는 플라스틱 통 등을 통해서 나를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 나는 ‘양혜숙’이 궁금해졌다. 도대체 왜 나는 이런 그림을 그리고 있고 도대체 양혜숙은 누구일까? 그래서 생각해 보았다. 나의 정체를. 나는 ‘고독하면서, 조용하면서, 침잠되어 있으면서 그러면서도 야생적이고 동물적이고, 욕망으로 가득 찬 알 수 없는 덩어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유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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