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에서 일하는 동남아시아 근로자들이 고국에서 돈을 벌 때보다 3~4배 높은 소득을 벌어들이면서도 빚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현지시간) VN익스프레스·CNA 등에 따르면 동남아 지역 근로자들이 타국에서 더 많은 소득을 올리면서도 가족 부양 부담과 높은 생활비 탓에 여전히 빚 걱정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일하는 인도네시아 출신 근로자 로사(32)는 9년간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한 달에 2000링깃(약 60만원)을 벌었다. 로사의 수입은 고국에서 벌던 수입과 비교하면 약 3.5배 더 많은 수준이다. 그는 외국어 능력을 보유한 덕에 동료들보다도 더 많은 임금을 받는다.
하지만 월급의 절반을 부모님께 보내는 데다 나머지로는 식비·교통비·방값을 겨우 내고 있다. 로사는 "월급은 올랐지만 물가를 따라잡지 못한다"며 "가족을 위해 더 멀리 살고 더 힘들게 통근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말레이시아의 한 식당에서 청소를 하는 미얀마 출신 근로자 캬오도 약 2000링깃을 월급으로 받지만 매달 절반인 1000링깃을 고향집에 보내고 있다. 하지만 비자가 만료된 후로는 출입국 당국에 '뒷돈'을 줘야 하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이보다 적은 액수를 보낼 때도 적지 않다.
남은 금액으론 방값을 내는 데 쓰고 있어 경제적 어려움이 큰 상황이다. 캬오는 "가족은 제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모른다"며 "고향엔 일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필리핀·미얀마에선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말레이시아 등 인근 동남아 지역에서 3~4배 더 많은 수입을 얻고 있다. 하지만 식비와 주거비 부담이 커 대부분의 월급을 고향에 보내고 나면 현지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가족을 부양하지 않더라도 첫 월급을 받기 전까지 쌓인 항공권·교육훈련 비용 등으로 발생한 빚 때문에 허덕이는 실정이다.
이주노동자의 임금은 최근 10년간 증가했지만 물가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콩의 2023년 시간당 최저임금은 10년 전보다 33.3% 증가했다. 동시에 부동산 가격도 33% 뛰었다. 말레이시아에선 최저임금인 이 기간 900링깃에서 1500링깃으로 올랐지만 임대료도 2배 가까이 올랐다.
인도네시아 출신 건설 근로자 쿠르니아 아디는 추가 근무가 줄면서 오히려 수입이 줄었다. 그는 "고향에 일자리가 없어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해외로 향하는 과정에서 브로커들에게 수천달러에 달하는 빚을 지고 현지 생활을 시작한다. 인도네시아 출신 누르는 대만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기 위해 3000만루피아(약 270만원)을 지불해야 했다. 그는 이를 갚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이 월급의 대다수를 보내더라도 막상 고향에선 이를 모아놓지 못한 경우도 다.
말레이시아에서 8년간 일한 인도네시아 출신 멜린다 다마얀티는 최근 월급 일부를 집으로 보내는 대신 자신의 개인계좌에 남겨놓기로 했다. 그는 "돈에 대해 물어볼 때마다 가족은 다 썼다고 말했다. 몇 년 동안 집을 떠나 있었는데 아무것도 남지 않아서 실망스러웠다"고 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전 세계 이주노동자는 1억6900만명으로 조사됐다. 세계은행(WB)은 2022년 기준 이주노동자들이 고향으로 보낸 금액이 7940억달러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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