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 D램 가격이 거시 경제 불안에도 불구하고 예상을 웃도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관세정책 불확실성과 구형 제품 단종에 대비하기 위한 재고 비축 수요가 제품 가격 동반 상승을 견인하는 모습이다.
기존 ‘반도체 시장 장기 침체 전망’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범용 D램 가격은 중국발 공급 과잉과 전방 수요 침체로 급락하다가 올 4월부터 본격 반등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3사가 DDR4 생산 중단을 결정하고, 미국발 관세 부과를 앞둔 PC와 정보기술(IT) 장비 제조사들이 재고 비축에 공격적으로 나선 영향이다. 그 덕분에 범용 D램 수출 증가율은 지난 2월에 전년 대비 15.7%까지 떨어졌다가 3월 27.8%, 4월 38.0%, 5월 36.0%, 6월 1~20일 25.5% 등 4개월 연속 20%를 훌쩍 넘겼다.

한국 반도체산업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숀 킴 모건스탠리 연구원도 지난 13일 “이번 사이클은 (비교적 작은) 하락 폭과 저점까지의 기간(이 짧다는) 측면에서 이례적일 수 있다”며 “거시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선제 수요, 인공지능(AI) 관련 수요, 구형 제품 단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2026년 상반기로 가면서 업황이 바닥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이전보다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범용 D램 수출 증가율은 최근 10여 년 동안 약 4년 주기로 상승·하락 사이클을 그렸다. 최근 호황의 고점은 작년 여름이다. 모건스탠리는 작년 9월 ‘겨울이 오고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본격적인 불황 진입을 경고하기도 했다.
JP모간은 삼성전자 주가 상승 동력과 관련해 “경쟁사에 뒤처진 HBM 사업 진행 상황보다 전통적인 제품 수급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범용 D램 가격 상승은 올해 2~3분기 주요 메모리 반도체 업체의 실적 개선 기대를 키우고 있다. 실적을 가장 먼저 발표해 업계 ‘풍향계’로 불리는 마이크론은 회계연도 3분기(3~5월) 성적표를 오는 25일 공개할 예정이다.
이태호/박의명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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