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대학교에서 청소업무를 담당하던 영숙은 정기 미화원 교양 필기시험에서 행정실장으로부터 공개적으로 모독을 당하고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 등으로 세상을 떠난다. 노무사 노무진은 동료 미화원들을 규합하여 학교 측의 조치는 미화원들을 스스로 그만두게 하거나 해고를 하기 위한 것이라며 시위를 하였으나 경찰의 출동으로 해산되었고, 이후 미화원들은 노동조합을 설립하여 파업으로 맞선다. 쓰레기 더미로 인한 수업권 침해를 호소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학생들의 요구에 전의를 상실한 미화원들은 파업을 종료하였으나, 지지하는 학생들이 나타나고 외부로 공개된 학교 측의 시험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으면서 학교 측의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 발표로 사건은 일단락된다. 여러 노동 관련 이슈를 풀어가고 있는 드라마 '노무사 노무진'의 한 장면인데, 단계별로 쟁점을 짚어본다.
◆교양 필기시험과 학교 측의 조치
필기시험의 내용은 최근 3명의 대학총장 이름, 법학관 건립연도 등 다소 황당한 문제로서 미화원의 업무와 관련성이 떨어진다. 또 학교 측은 휴일에 시험을 실시하였고 남성들에게는 정장을, 여성들에게는 엘레강스한 복장을 요구하였다. 특히 행정실장은 시험 성적이 떨어지는 미화원에게 공개석상에서 “다음 시험에도 이 정도면 우리 같이 일 못하는거에요”라고 하여 망신을 주고 해고사유가 될 수 있다고 고지하였다.
이처럼 미화원들을 관리하는 지위를 이용하여 업무와 무관한 시험을 치르게 하고, 정신적 고통을 준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것이다. 또 시험성적을 이유로 징계해고를 하였다면,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부당해고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드라마 속에서 휴일에 실시하면서도 수당 지급을 하지 않았는데, 의무적으로 실시되는 시험은 근로시간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고, 휴일근로에 대한 수당 미지급은 임금체불에 해당할 것이다.
◆미화원들의 집단행동
미화원들은 근무 시간 중 학교 본관 앞에 모여 시험철폐와 사과를 요구하였다. 미화원들로서는 학교 측의 조치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하고 집회를 할 수도 있으나, 사용자의 승인이 없는 한 근로제공 의무를 위반하면서까지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미화원들이 노동조합을 조직하여 행하였다면 어떨게 될까? 노동조합의 활동은 보호되는 편이지만 본건에서의 결과는 다르지 않다. 노동조합의 활동이 정당하다고 인정되려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별도의 허용규정이 있거나 관행, 사용자의 승낙이 있는 경우 외에는 취업시간 외에 행하여져야 하기 때문이고 그러지 않으면 사용자의 노무지휘권, 시설관리권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대법원 1992. 4. 10. 선고 91도3044 판결).
◆노동조합 설립과 파업
위와 같이 집단행동이 실효성이 떨어지자 미화원들은 “파업인가 뭔가 해버리자”는 목소리를 낸다. 노무사 노무진은 파업을 하려면 노동조합을 만들어야 하고 단체교섭을 해야 하며, 그러고도 안될 때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난색을 표한다. 그렇다. 파업(쟁의행위)은 사용자를 상대로 한 업무저해행위를 법적으로 허용해주는 것으로서 법에 따른 절차와 한계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주체가 되어야 하고, 단체교섭이 결렬되었을 때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하여 노동위원회를 통한 쟁의조정 절차를 거쳐야만 적법한 파업권을 취득한다.
어쨌든 미화원들은 노동조합을 설립하여 파업에 돌입했다(관련 절차는 모두 거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미화원들은 “김영숙 청소노동자의 사망은 엄연한 산재 / 한국대학교가 응답할 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부당해고 철회 / 해고노동자 복직”을 파업의 명분 또는 요구사항으로 내걸고 있다. 그런데 정당한 쟁의행위가 되려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어야 하고 이익분쟁에 관한 사항이어야 한다. 쟁의행위가 법문상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것으로 규정되어 있는 점이나 상호간 교섭 결렬에 따른 결과라는 점에서 논리적으로도 그 목적은 이익분쟁에 관한 사항에 한정된다. 정답이 없는 문제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반면 정답이 있는 문제에 관한 사항인 권리분쟁 사항은 현행 법 하에서는 쟁의행위의 목적이 될 수 없다. 또한 권리분쟁 사항은 사법기관을 통하여 정답을 찾아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으므로 이러한 사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집단의 힘을 통한 자력구제를 허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다.
미화원들이 내세우고 있는 산재, 부당해고 등은 모두 권리구제 절차가 있는 사항으로 권리분쟁 사항이어서 정당한 쟁의행위의 목적이 되기 어렵다. 드라마 속에서 유튜브를 통한 폭로라는 정치적인 해결방안을 찾았으나, 그런 방법도 있고, 법적으로 부당해고, 산재신청,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의 방법도 있다.
다만, 쟁의행위에서 추구되는 목적이 여러 가지이고, 그 중 일부가 정당하지 못한 경우에는 주된 목적 내지 진정한 목적의 당부에 의하여 그 쟁의행위의 당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부당한 요구사항을 뺐더라면 쟁의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쟁의행위 전체가 정당성을 갖지 못하는데(대법원 2001. 6. 26. 선고 2000도2871 판결 등), 결국 미화원들의 쟁의행위가 위와 같은 권리분쟁 사항을 포함하여 근로조건에 해당하는 사항까지 그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을 때 주된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가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주된 쟁점이 될 것이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인사노무그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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