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블룸버그 통신은 코스위즈덤레이크호, 사우스로열티호 등 초대형 유조선 2척이 미국의 이란 폭격 직후인 22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초입까지 진입했다가 항로를 급변경해 유턴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이란 공격 직후 결정된 것으로, 위험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25%, LNG(액화천연가스) 20%가 통과하는 글로벌 해상 물류의 핵심 경로다. 수심이 얕아 대형 유조선 항로가 제한되며, 대부분 이란 영해를 거쳐야 하는 지리적 특성상 이란의 통제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구간으로 알려져 있다.
이란은 22일 자국 의회(마즐리스)가 미국 폭격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최종 결정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가 보유하고 있으나, 실제 봉쇄 가능성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봉쇄 가능성에 대해 “이란인들에게는 자살 행위”라며 “이란 경제 자체가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리스 정부 역시 자국 선박들에 항로 재검토 및 인근 항구 대기를 권고하며 대응에 나섰다.
미군이 주도하는 다국적 합동해상정보센터(JMIC)는 "미국 또는 이스라엘과 관련된 선박의 경우 극도의 주의를 기울이고 항로 변경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관련이 없는 선박에 대해서도 모든 의심 상황을 보고하고 지침을 따를 것을 강조했다.
세계 최다 유조선 보유국인 그리스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직접 경고하고 나섰다. 그리스 해양부는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계획 중인 선박의 소유주, 해운사 등에 보낸 통지문에서 항로를 재검토하고 인근 안전한 항구에서 대기할 것을 권고했다.
해운업계는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 봉쇄될 경우 유가 급등과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국제 정세의 향방에 따라 선박 운항 및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고송희 인턴기자 kosh112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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