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업 준비생 정모(26)씨는 몇개월째 편의점, 카페 등 일자리 구하고 있지만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 씨는 "괜찮은 곳을 지원했는데 면접 기회조차 못 얻는 경우도 많다"며 "알바 면접 조차 ‘서류 탈락’ 문자를 받으면서 자괴감이 들었다"고 했다. 대학생 조모씨(22세)는 “편의점 알바를 그만두게 돼 가게에서 후임을 찾는 공고를 올렸는데 접수 2시간만에 30명이 몰렸다"며 "요즘은 알바를 뽑는 데도 이력서와 자소서 제출은 기본이고, 면접 질문 예상 리스트까지 공유하더라"고 전했다.
‘알바 구직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취업 빙하기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데다 경기 침체와 자영업 불황, 법제도의 경직성까지 겹치며 알바시장마저 극심한 구직 경쟁터가 된 것이다. 과거엔 ‘원하면 누구나 가능’했던 단순노무 아르바이트조차 이젠 경력직 채용 양상을 띠고 있다.
알바 공고는 줄면서 구직 경쟁률은 치솟고 있다. 공고당 평균 지원자 수는 4.6명으로, 지난해 3.8명보다 22.1%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시기를 넘어 역대 최고치라는 게 알바천국의 설명이다. 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를 나타내는 구인배수(지원자 대비 채용인원)도 지난해 0.3에서 0.2로 곤두박질쳤다. '꿀알바'로 알려진 관공서 알바는 경쟁률이 10대 1에 달한다.
알바천국 관계자는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점포 운영을 줄이거나 채용 자체를 꺼리는 자영업자가 늘었다”며 “줄어든 알바 자리에 구직자가 몰리면서 ‘알바 이력서 작성법’, ‘단기 알바 면접 꿀팁’ 등 검색어도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프랜차이즈 커피숍 본사 관계자는 “최저임금 상승, 주휴수당 지급, 근로계약서 작성 등 인건비와 법적 리스크가 커져 알바 채용을 꺼리거나 최소화하는 점포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한 때 ‘원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자리’로 여겨졌던 쿠팡 물류센터 구직 경쟁도 심해졌다. 쿠팡 전용 매칭 앱인 ‘쿠친’에서는 “대기 상태만 며칠째, 매칭이 안 된다”는 아우성이 이어지고 있다. 주말·야간 시간대는 접수 시작 후 수 초 만에 마감되는 일도 있다. 이는 쿠팡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AI(인공지능) 기반 인력 매칭 시스템을 도입한 영향도 크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물류업체들이 무단결근이나 갑작스러운 이탈이 많았던 기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결, 업무 태도 등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채용을 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와 베이커리 등도 ‘근무 경험’ 항목을 명시적으로 요구하면서 알바자리 조차 ‘경력자 우대’ 흐름이 생긴 것이다.
외국인 유학생까지 알바 시장에 진입하며 일자리 경쟁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 안정적이고 규칙적인 근무가 가능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에도 불만이 적은 외국인 유학생은 사업주 선호가 높다. 퇴직금 지급 부담과 함께 주휴수당 등 노동법제도가 국내 청년의 일자리 기회를 줄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년 일자리 절벽이 심화되는 가운데 재직자 중심의 정부 정책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노동시장 개편 논의가 장기근속자 위주로 흐르면서 정년 연장 등이 현실화하면 청년 일자리는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청년들이 알바조차 쉽게 구할 수 없는 현실에서 정년 연장이나 고용보호 정책만 강조되면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며 “정책 방향을 ‘노동 유연성 확보와 청년 중심의 일자리 창출’로 전환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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