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 대학에 다니던 한국인 유학생의 피난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2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세계 최초 전쟁 피란 브이로그'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이 확산하고 있다. 이 영상을 올린 유튜버 A씨는 자신을 이스라엘 대학에서 유학 중인 학생이라고 소개했다.
A씨는 지난 13일 오전 3시께 갑작스러운 사이렌 소리를 듣고 방공호로 대피했다고 전했다. 그는 "평소에도 가끔 사이렌이 울렸지만, 이 시간에 울린 건 처음”이라며 "심상치 않은 상황임을 느꼈다"고 했다.
A씨는 4개월 전에 발권했던 파리행 비행기가 취소되고, 밤 시간대 기숙사 창문에서 미사일 여러 발이 하강하는 모습을 목격한 뒤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피난을 준비했다. A씨는 약 10분간 휴대전화에 미사일 알람이 100개가량 쏟아졌다고 전했다.
심각성을 느낀 A씨는 이스라엘을 떠나기 위해 비행기표를 알아봤다. 하지만 비행기 티켓 가격이 치솟아 예매하지 못했다. 일부 티켓 가격은 900만원을 웃돈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이스라엘 한인회와 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인근 국가인 요르단까지 이동했다고 밝혔다.
A씨는 "대낮에 짐을 싸는 중에도 사이렌이 울렸다"며 "사이렌이 울리면 방공호로 이동해 최소 10분 이상 머물러야 한다"고 했다. 그는 피란 당일 오전 6시 기숙사를 떠나 요르단행 버스에 올랐다. A씨와 함께 버스에 탄 한 남성은 "옆 나라인 키프로스까지 배를 타고 나가는 가격이 약 210만원이었다. 유람선 같은 배를 타고 30시간 넘게 걸리는 방법이었다”며 “결제하려는 순간 (대사관) 피난 정보를 알고 여기 왔다”고 했다.
A씨는 요르단에 입국한 뒤 현지에 머무는 한인들의 집에서 하루 숙박하고, 다음 날 암만 공항으로 향했다. 그는 "영상 편집 중 공항 전체에 불이 꺼졌다"며 "정전돼서 비행기가 안 뜰까 봐 너무 무서웠다"고 토로했다. 다행히 A씨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카타르 도하 공항을 경유하는 등 18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무사히 한국에 도착했다.
이 영상은 23일 오후 5시18분 현재 124만회 이상 조회되며 반향을 일으켰다. 네티즌들은 "살다 살다 브이로그에 미사일이 나오는 건 처음 본다", "무사해서 다행이다", "전쟁하면 안 되는 이유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영상. 전쟁하는 순간 당연했던 모든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됨"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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