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플라스틱과 폐비닐 등에서 기름을 뽑아내는 재생원료유(재생유)는 자원 재활용을 늘리고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꼭 필요한 물질이지만 기술적 한계와 경제성 부족 때문에 확산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나오는 폐플라스틱의 1%만이 열분해를 통해 재생유 추출용으로 쓰이는 정도다.2015년 설립된 도시유전은 재생유 추출 기술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폐플라스틱 저온분해처리라는 신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업이다. 기존의 고온(300~600도) 열분해 방식이 아니라 300도 이하 저온에서 화학적 분해를 통해 나프타나 경질유 수준의 고급 재생유를 추출해내는 게 핵심 기술이다.
정영훈 도시유전 대표(사진)는 23일 “폐자원으로 중질유가 아니라 고급유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이 기존 기술과 차별화된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도시유전의 시작은 2023년 별세한 부친 정흥제 박사의 연구에서 시작됐다. 정 박사는 세라믹볼을 활용해 폐플라스틱과 폐비닐에서 기름을 안정적으로 추출하는 기술을 고안했다. 300도 미만 저온의 세라믹 파동볼에서 방출되는 파동에너지가 플라스틱의 탄소결합구조를 끊어내 원래 원료인 기름으로 복원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의 강점은 높은 경제성과 친환경성이다. 정 대표는 “도시유전 장비에선 L당 1500원 이상의 나프타급 재생유가 생산된다”며 “기존의 열분해 방식에서 나오는 L당 500원 선 중질유급 기름의 세 배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연소 방식을 써 유해물질이나 연기가 발생하지 않아 대기오염 물질도 적게 배출된다”고 덧붙였다.
기술 상용화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가능성을 보고 2015년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국제적으로도 입증되지 않은 기술이어서 인증 등 절차에만 10년이 걸렸다.
2021년 국내 기술 인증 가운데 가장 통과하기 까다로운 산업통상자원부 신기술인증(NET)을 받았다. 국내 원자력 제어 전문 기업인 우리기술로부터 투자를 받아 전북 정읍에 첫 상용화 공장을 구축했다.
오는 7월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의 최종 시험 절차가 끝나면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 연간 생산량은 5040t 수준으로, 베트남 원단 소재 기업인 남안그룹에 L당 2달러에 전량 납품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사전 가동을 통해 50%대인 일반 열분해 방식보다 높은 70% 이상의 수율을 확인했다”며 “수익률은 40%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도시유전은 상용화 성공을 통해 국내외 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애리조나주의 주도 피닉스시가 도시유전 기술을 현지 폐기물 재활용 산업에 적용하는 것을 공식 승인했다. 정 대표는 “국내외 공장 7곳에 설비를 납품하는 계약을 추진 중”이라며 “2030년까지 총 30곳에 직영 및 설비를 공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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