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과 이란 간 휴전이 이뤄지며 24일 코스피지수가 3년9개월 만에 3100을 돌파했다. 이달 들어서만 15% 넘는 급등세다. 코스닥지수도 11개월 만에 800선을 넘어섰다. 이제 관심은 국내 증시가 어디까지 내달릴 것인지다. 증권사들은 코스피지수 목표를 3300으로 끌어올리며 낙관론을 펼치고 있지만 적지 않은 개인투자자는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 분쟁이 일단락되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되자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도 커졌다.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D램 수요 회복세 전망이 나온 점도 반도체주 동반 상승을 이끌었다. 테슬라의 로보택시 개시 등에 힘입어 삼성SDI와 LG화학 주가도 각각 4.43%, 4.2% 뛰었다.
이스라엘과 이란 휴전에 따라 업종별 희비는 크게 엇갈렸다. 한국전력은 에너지 구입 비용 감소 기대로 20.71% 급등한 반면 LIG넥스원(-12.06%), 현대로템(-6.54%), 에쓰오일(-6.39%) 등 방위산업·정유주는 크게 하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거래량이 가장 많은 ETF는 ‘KODEX 200선물 인버스2X’로 거래대금만 8조원에 달했다. ‘KODEX 인버스’와 ‘KODEX 코스닥150선물 인버스’도 같은 기간 각각 거래대금 2위,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수는 상승 일변도지만 곧 조정될 것으로 전망하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개인은 최근 1주일간(16~24일) KODEX 200선물 인버스2X ETF를 123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개인투자자 수익률은 처참한 수준이다. 이달 전체 ETF 중 하락률 상위 5개 종목을 모두 ‘곱버스 ETF’가 차지했다. ‘KIWOOM 200선물 인버스2X’가 25.29% 손실을 기록해 하락폭이 가장 컸다. KODEX 200선물 인버스2X 손실률도 25%에 달했다.
개인과 달리 대부분 증권사는 코스피지수 목표치를 연일 올려 잡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하반기 코스피지수 상단을 기존 2900에서 3300으로 상향했다. 대내외 투자 환경이 ‘바이 코리아(buy Korea)’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정책이 상반기 관세에서 하반기 감세와 규제 완화로 바뀌고 기준금리도 낮출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에선 새 정부의 경기 활성화와 증시 저평가 해소 정책이 지수 추가 상승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유동성 증가와 달러 약세도 외국인 매수세를 견인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유동성은 111조달러에 달한다. 사상 최대치다. 원·달러 환율도 중동 리스크가 일단락되자 이날 1360원20전으로 내려왔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예상 순이익(210조원)을 고려할 때 지수는 3240까지 뛸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락장을 전망하더라도 레버리지 인버스 투자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장기간 등락을 반복하면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류은혁/박한신 기자 ehryu@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