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24일 “가장 시급하고 근본적인 문제는 노동시장이 분절화돼 있다는 것”이라며 “과거에는 정규직·비정규직 문제가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비임금 노동자가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등 이른바 ‘비임금 노동자’ 보호를 정책의 최우선순위로 삼겠다는 뜻이다. 김 후보자는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주 4.5일 근무제 등 노동계가 강력하게 요구하는 정책에 관해선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했다. 첫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출신 고용부 장관이지만 노동계가 내미는 청구서를 그대로 받아들이진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다.
특히 사용자인 기업과의 대화를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 보겠다”고 했다. 또 사회적 대화 재개와 관련해 “어떤 결론을 내려놓고 대화를 시작하지 않겠다”며 “대화 자체가 목적이라고 하는 국제노동기구 3자 대화의 원칙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노사정 대화 과정에서 노동계 입장뿐 아니라 경영계 의견도 충분히 듣고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일각에서는 민주노총 출신인 김 후보자가 지명됐지만 노정 관계에는 ‘묘한 기류’가 흐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후보자는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내던 2012년 6월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통합진보당 지지 철회를 결의한 바 있다. 민주노총은 통합진보당을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상징으로 보고 당 설립부터 적극 지원했다. 하지만 당 비례대표 후보 선출 과정에서 부정선거, 폭력사태 논란에 휩쓸리자 김 위원장은 지지를 철회했고, 통합진보당과 김 후보자의 사이는 크게 악화했다.
이후 통합진보당이 해체됐지만 현 민주노총 집행부는 통합진보당의 후신으로 볼 수 있는 진보당 세력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노정 교섭에 나서면 다소 불편한 관계인 김 후보자와 대화해야 하는 셈”이라며 “현 집행부가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인선”이라고 했다.
대선에서 두 차례 이재명 대통령 공식 지지선언을 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인사 대신 김 후보자를 임명한 것도 노동계에 메시지를 던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김 후보자는 양대 노총 모두에 부채가 없다는 점에서다. 노동계 관계자는 “김 위원장 인선은 노동계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실제 김 후보자는 이날 전임 윤석열 정부가 시행한 ‘노조 회계공시 의무’를 폐지해달라는 노동계 요구와 관련한 질문에 “양대 노총에 (시행된) 불합리한 조치에 관해 잘 살펴보겠다”면서도 “노사가 자율적으로 교섭할 수 있도록 돕는 차원에서 하겠다”고 말했다.
곽용희/하지은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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