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도 ‘빙수 대전(大戰)’이다. 특급 호텔들이 ‘빙수 맛집’ 타이틀을 놓고 벌이는 자존심 싸움이 해마다 치열해지고 있다. 올해는 한 그릇에 15만원짜리 빙수도 등장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빙수 수요가 늘고 있고, 초고가 빙수를 앞세워 럭셔리 이미지를 높이려는 전략도 깔려 있다”고 했다. 저가 빙수 시장을 잡으려는 외식업계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업계는 4000~6000원대 가성비 빙수를 잇달아 선보이며 알뜰 소비자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젊은 층 사이에서 ‘스몰 럭셔리’이자 여름 별미로 자리 잡은 ‘애망빙’(애플망고 빙수) 가격도 계속 뛰고 있다. 애망빙은 2008년 제주신라호텔이 지역 식재료 발굴 차원에서 처음 선보였다. 출시 당시 2만7000원이던 애망빙 가격은 올해 15만원에 근접했다. 포시즌스호텔서울은 제주산 애플망고를 두 개 이상 사용한 ‘제주 애플망고 빙수’를 14만9000원에 출시했다. 작년(12만6000원)보다 18.3% 오른 가격이다. 포시즌스의 애망빙은 생(生)망고와 망고 소스에 버무린 떡에 망고 엘더플라워 소스를 도톰한 돔 형태로 구현한 망고 스피어를 첨가해 풍성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페어몬트앰배서더서울도 올해 애플망고 빙수 가격을 작년보다 33.3% 오른 11만원으로 정했다. 최고급 원재료를 사용하는 데다 부재료도 많이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게 호텔 측 설명이다. 시그니엘서울의 ‘시그니처 제주 애플망고 빙수’는 13만원, 신라호텔의 애플망고 빙수는 11만원이다.
특급 호텔들이 앞다퉈 초고가 빙수를 선보이는 데 대해 한 호텔 관계자는 “프리미엄 빙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고, 가장 비싼 빙수로 화제가 되는 홍보 효과도 노린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특급 호텔 관계자는 “호텔이라는 최고급 서비스를 즐기기에는 빙수가 가격 문턱이 가장 낮다”고 말했다.

안다즈서울강남이 올해 선보인 망고 빙수 가격은 8만2000원에 책정됐다. 녹차와 한라봉이 들어간 ‘녹차&시트러스 빙수’는 7만6000원, 초콜릿과 산딸기로 만든 ‘카카오&산딸기 빙수’는 7만4000원에 판매 중이다. JW메리어트호텔서울은 배와 시나몬 크림을 첨가한 ‘시나몬 배 빙수’를 8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4000~6000원대 ‘컵 빙수’로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메가MGC커피가 지난 4월 말 여름 시즌 한정으로 선보인 ‘팥빙 젤라또 파르페’와 ‘망빙 파르페’는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50만 개를 넘어섰다. 이달 중순엔 누적 판매량이 180만 개를 돌파했다. 메가커피의 컵 빙수 가격은 4400원으로, 일부 커피 프랜차이즈의 아메리카노보다도 저렴하다. 메가커피 관계자는 “기대보다 반응이 뜨거워 생산 물량을 대폭 늘렸다”고 했다. 일부 매장에서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면서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메가커피 컵 빙수 구매 꿀팁’ ‘메가커피 빙수 품절 피하는 법’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1인 빙수’는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메가커피에 이어 이디야커피가 6300원짜리 ‘팥인절미 1인 빙수’를, 컴포즈커피는 4500원짜리 ‘팥절미 밀크셰이크’를 출시하며 컵 빙수 시장에 뛰어들었다.
대전의 유명 빵집 성심당도 1만원대 저가 빙수로 빙수 대전에 참전했다. 성심당은 지난달부터 ‘생망고 빙수’를 1만4000원에 판매 중이다. ‘전설의 팥빙수’(6500원), ‘인절미 빙수’(7500원), ‘눈꽃딸기 빙수’ 등 1만원 미만 메뉴도 호응을 얻고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가격 부담 없이 간편하게 즐길 수 있어 1인 컵 빙수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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