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국정원장이 25일 열린 취임식에서 “일 잘하고 성과를 내는 국정원을 만드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정보위원회는 23일 전체회의를 열어 여야 합의로 이 원장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한 데 따라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이 원장 임명안을 재가했다.
이 원장은 “우리는 중동 정세 불안, 글로벌 보호주의 확대, 미·중 전략 경쟁 심화, 적대적 남북관계 등 수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국가와 국민에 대한 헌신과 정보요원으로서의 역량을 국민께 결과로 보여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국가 방첩 활동을 넘어 대테러, 국제범죄 차단, 국민 안전 관련 예방정보 활동 등을 강조했다. 더 나아가 감염병·기후 변화 등 새롭게 부상한 신흥 안보 위협에 선제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 원장은 '안전하고 평화로운 대한민국 만들기'와 '국익중심 실용외교 지원'을 국정원의 목표로 제시했다. 이 원장은 "현재 남북관계는 언제 충돌이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악화돼 있다"면서 "국민 안전을 증진하고 코리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대북 정보역량을 총동원해 튼튼한 국가안보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남북 간 군사 긴장을 완화하고 대화의 돌파구를 열어나가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각국의 경제 동향, 특히 글로벌 공급망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이슈 등 우리 경제에 직결되는 해외 경제 동향 정보수집과 정확한 분석 및 미래 진단 등으로 글로벌 통상위기 극복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우리 안보와 국익을 침해하는 외부 세력들은 첨단 기술을 동원하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며 "창의적 발상으로 기존 업무에 첨단 기술을 접목하는 한편 사이버를 넘어 우주와 같은 새로운 전장에서도 실력을 인정받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고 국운이 걸린 AI 선도국이 되기 위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정보 활동 전반의 AI 전환 추진 등 과학정보 역량 고도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정 필요성이 제기된 간첩법과 관해 이 원장은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이므로, 국민 눈높이에 부응할 수 있도록 보다 국민 친화적인 자세로 업무에 임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 원장은 "지금까지 많은 국민이 국정원 조직 중 일부가 때때로 정치적 중립을 의심받을 만한 행동을 하는 등 본연의 자세를 잃은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공화국에서 정보 기관에 대한 법과 제도에 의한 통제와 제한은 필요하다"며 "국정원에 대한 엄격한 정치적 중립과 민주적 투명성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적극 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국정원이 일 잘하고 성과를 내는 조직이 되기 위해선 지난 날을 있는 그대로 살펴보고 우리가 책임질 부분에 대해서는 진솔하게 털어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직원들의 정치화를 부추기고 전문성 제고를 저해하는 요소들을 적출하고 과감히 혁신하라"고 주문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