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전통적으로 호러영화에 강하잖아요. ‘렛미인’ 창작 전후로 ‘괴물’ ‘부산행’과 같은 영화를 즐겁게 관람했어요. 이런 한국의 문화적 전통 안에서 ‘렛미인’의 이야기가 잘 들어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연극 ‘렛미인’의 오리지널 연출자인 존 티파니(사진)는 지난 24일 서울 연지동 연지원 연습실에서 열린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렛미인’은 다음달 3일부터 8월 16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티파니는 뮤지컬 ‘원스’와 연극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로 토니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연출가다. 2013년 스웨덴 동명 소설과 영화를 원작으로 한 ‘렛미인’을 스코틀랜드 국립극단 무대에 처음 올렸다.
‘렛미인’은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와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소년 ‘오스카’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한국에선 2016년 레플리카(언어만 바꾸고 무대, 음악 등은 그대로 옮기는 형식)로 초연하며 화제를 모았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재연이 무산돼 9년 만에 한국 관객을 만나게 됐다. 티파니는 “운이 좋게도 렛미인이 일라이처럼 시간을 거슬러 생명력을 갖게 됐다”며 “호러라는 장르가 영화에 더 특화됐지만, 연극 무대에서도 관객들이 깜짝 놀랄 수 있도록 연출했다”고 말했다.티파니는 ‘렛미인’이 영생의 아이러니를 다룬다는 점에서 ‘피터팬’의 서사와 닮았다고 봤다. “일라이는 나이 들지 않는 소녀라는 점에서 피터팬과 비슷해요. 오랜 시간 삶을 유지했을 때 외롭고도 슬프다는 것을 보여주죠. ‘렛미인’은 흡혈귀 신화도 있지만 초자연적 이야기가 흥미롭게 엮이면서 영원성 혹은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해줍니다.”
티파니는 “캐릭터들은 안무를 통해 소통의 욕구를 표현한다”며 “오스카는 자신의 감정을 설명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정서적으로 이해받지 못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안무를 통해 감정선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이지영 국내 협력연출은 “‘렛미인’ 무대는 미니멀(간결)한데 상징이 많아 관객들이 상상할 여지를 많이 준다”며 “자작나무 숲의 어두움이 끝없이 펼쳐지는 원초적 공포와 순수한 사랑 등이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마지막 10분은 어디서도 보지 못한 충격적인 장면이에요. 공연을 많은 분이 즐겨주시면 좋겠습니다. 아, 임산부와 노약자는 안 됩니다.”(웃음)
이번 공연에선 초연 때 함께한 배우와 신인들이 고루 참여한다. 초연에 이어 오스카를 맡은 배우 안승균을 비롯해 천우진(오스카 역), 일라이 역의 권슬아, 백승연 등이 출연한다. 570 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배우들이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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