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API를 자체 개발해 생산하는 동방에프티엘은 정형식 일양약품 창업주의 차남인 정영준 회장이 1990년 창업했다. 그의 장남인 정헌석 사장은 영국 화이자 연구원 출신으로 2010년 동방에프티엘에 입사해 2017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다. 대표 취임 후 4년 만에 200억원이던 수출액을 두 배 이상 늘렸다. 정 사장은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산업통상자원부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으로 선정한 2분기 ‘한국을 빛낸 무역인상’을 받았다.
동방에프티엘이 주로 판매하는 원료의약품은 소염진통제용이다. 일본에서 판매되는 소염진통제 대부분이 이 회사 원료의약품을 쓴다. 경기 화성 본사에서 만난 정 사장은 “API를 만드는 화학 공정(합성)과 제약 공정(정제) 모두를 잘하기가 쉽지 않다”며 “일본에 수출하는 한국 원료의약품 기업 중 동방에프티엘이 가장 영향력 있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이어 “소염진통제용 원료의약품으로 시작해 지금은 고부가가치 제품인 전립선과 당뇨병 치료제 등으로 확장했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 활동 무대는 일본에서 유럽으로 확대되고 있다. 정 사장은 “일본이 요구하는 품질 기준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며 “한국이 99.9%의 정제율을 요구한다면 일본은 99.99%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제기술도 뛰어나야 하지만 아무리 정제해도 없어지지 않는 성분은 합성할 때부터 잘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고난도”라고 했다. 일본 품질 기준에 맞추다 보니 동방에프티엘의 제품을 중동 러시아 유럽에도 빠르게 수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동방에프티엘은 2023년 중·저소득 국가를 지원하기 위한 국제기구(MPP)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 생산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달 초엔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로부터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적합 판정을 획득해 품질관리시스템을 인정받았다.
동방에프티엘은 화이자와는 수년째, 아스트라제네카와는 수십 년째 거래 중이다. 정 사장은 “매출의 85%가 원료의약품이고 15%는 신약 위탁개발생산(CDMO)에서 나온다”며 “향후 회사 성장은 CDMO가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약 개발 단계부터 완제의약품 회사와 함께한다. 정 사장은 “10곳의 스타트업과 15개 CDMO 프로젝트를 공동 연구 중”이라며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 라이선스 기술계약 등으로 매출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적 개선에 맞춰 생산 능력도 키우고 있다. 5년 전부터 공들인 인도 공장은 연내 완공돼 내년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정 사장은 “인도 공장에서 수직계열화를 통해 현지 생산, 판매를 시작할 것”이라며 “한국 본사는 신약 개발과 품질관리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매출 목표는 2030년 2000억원이다. 지난해 매출 625억원, 영업이익 106억원을 기록했다. 정 사장은 “원료의약품 국산화에 기여했고 매년 100억원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는 게 우리 회사의 자부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영상 어려움이 있느냐’는 질문에 “수입 원료의약품은 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실사를 간소화했지만 국산 원료의약품은 오히려 규제가 많은 문제는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원료의약품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팬데믹 같은 상황에서 공급망의 위기를 겪을 수 있기 때문에 보건주권 강화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화성=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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