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는 인공지능(AI) 시대의 유일한 ‘보편적 통화’입니다. 한국과 미국은 에너지 분야에서 기초부터 첨단기술까지 적극 협력해야 합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에너지 정책을 이끈 댄 브루옛 전 에너지부 장관은 25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스트롱코리아 포럼 2025’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미 군사안보 동맹을 에너지 안보와 디지털 패권 전쟁을 위한 ‘에너지 동맹’으로 진화시키자는 제안이다. 브루옛 전 장관은 ‘AI 시대의 한·미 에너지 전략’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한국과 미국은 공동 번영을 위해서라도 탄소중립, 데이터 시대의 핵심인 에너지 분야의 주도권을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했다.브루옛 전 장관은 AI 시대에 역설적으로 화석연료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설파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석유 공급망이 일시적으로 위협받은 중동 상황에서 ‘에너지는 무기’라는 점이 극명하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그는 “에너지 시스템이야말로 경제적 도구를 넘어선 전략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지경학적 관점에서 한·미 간 ‘LNG(액화천연가스) 협력’을 강조했다.
이 점에서 한국은 최적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뛰어난 그리드(전력망) 기업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그는 한·미 에너지 협력을 언급하면서 “세계 LNG 운반선의 70% 이상을 공급하고, 원자력 역량에 더해 수소에너지를 개발 중인 한국은 동맹국의 에너지 안보 확대에도 기여해 왔다”고 강조했다.
차세대 에너지원으로는 핵융합 기술을 언급했다. 한국의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개발에 대해 “한국 연구진이 1억도 이상 플라스마를 30초 이상 유지하는 데 성공하면서 세계적 모범 사례가 됐고, 10년 안에 가시적인 시연이 이뤄진다면 훌륭한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재생에너지를 주전원으로, 원전을 보조전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이 맞는지를 묻는 청중 질문에 브루옛 전 장관은 “재생에너지를 주전원으로 사용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한·미 에너지 동맹의 목적은 중국과의 ‘AI 레이스’에서 이기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모든 에너지원을 사용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핵융합
가벼운 원자핵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태양처럼 엄청난 에너지를 만드는 방식이다. 무거운 원자핵을 쪼개 에너지를 생산하는 원자력과 정반대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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