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연방정부는 24일(현지시간) 국방 예산을 2029년 1529억유로(약 241조원)로 늘리는 중기 재정 계획을 확정했다. 지난해 520억유로이던 국방 예산은 올해 약 624억유로로 증가했고 앞으로 6년간 두 배 이상으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율은 올해 2.4%에서 2029년 3.5%로 높아진다.
이는 나토가 이번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2035년까지 국방비 GDP 대비 5%’ 목표 중 ‘직접 군사비 3.5%’ 기준을 독일이 6년 앞서 달성하겠다는 뜻이다. 독일은 간접 안보 지출을 포함한 전체 국방 관련 예산을 2035년까지 GDP의 5% 수준으로 맞출 방침이다. 2029년 기준으로 독일 정부 전체 지출(5738억유로) 중 국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6.7%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라르스 클링바일 독일 재무장관은 “연방군을 방치한 채 흑자 재정을 고수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국방비 증액을 군사력 강화뿐만 아니라 산업 투자 확대와 경기 부양 수단으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와 내년 1700억유로(약 268조원) 부채를 조달하고 12년에 걸쳐 5000억유로(약 788조원) 규모 특별기금도 조성할 계획이다. 국방과 인프라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 의회는 관련 지출에 한해 부채 한도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헌법까지 개정했다.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에 따르면 “정부가 공격적 투자로 성장률 격차를 메우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도 나토의 새 기준에 발맞춰 2035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5%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전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급변하는 안보 환경에 대응하고 나토에 대한 헌신을 강화하기 위해 국방 예산을 꾸준히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는 2027년 직접 국방비를 GDP의 2.6%까지 확대하고, 에너지 안보 및 국경 통제를 포함한 간접 안보 예산을 더해 전체 국방비를 4.1% 수준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하지만 영국의 재정 여건은 녹록지 않다. 영국 재정연구소(IFS)는 2027년 300억파운드(약 55조원), 2035년까지 연간 400억파운드(약 74조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복지 지출 조정을 통해 일부 재원을 마련할 방침이지만 정치적 반발이 만만치 않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 중인 대통령 전용기에서 ‘나토의 집단방위 조항(제5조) 공약을 계속 지킬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건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달려 있다”며 “5항에 대해 다양한 정의가 존재한다”고 모호하게 답변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정의는 그곳(정상회의)에 도착해 밝히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나토의 집단방위가 자동 개입 형식이 아니라 각국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해석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 확대를 강조하면서도 집단방위 조항에 대해 명확한 지지를 밝히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제5조는 “회원국 한 나라를 향한 공격을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나토의 핵심 방위 원칙이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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