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우 경북지사는 주불 진화 후 연 기자회견에서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피해액이 500억달러인 올해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산불 피해 면적의 두 배에 이르는, 사상 초유의 재난으로 지역의 생활과 경제 기반 붕괴가 우려되고 있다”고 밝혔다.
경북도의 특별법 추진과 마을 재건은 그동안 이 지사가 추진해온 산림대전환, 농업혁신 등 지방시대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김호진 경상북도 기획조정실장은 “기후변화에 따라 앞으로 이런 산불은 더 잦아지고 대형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가의 산림정책과 재난 대응체계를 이번 일을 계기로 완전히 바꾸지 않는다면 이 희생과 복구의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과잉 규제와 이원화된 비효율적 관리체계도 문제다. 특히 보전산지 개발 및 활용 권한이 중앙정부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어 지역 실정에 맞는 유연한 산림 관리가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 지사는 “보전산지 해제 권한의 지방 이양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지역 특성에 맞는 합리적 개발과 보존의 균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국가 산림정책이 민둥산 시절 정책에 머물러 나무가 너무 빼곡하게 심겨 있고 바닥에는 낙엽이 1m 이상 쌓여 있다. 그래서 산불 초기에 진화하지 못하면 500L짜리 헬기로 물을 갖다 부어 봐야 큰 효과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 지사는 산불 대응 단계에서는 “산불을 초기에 진화할 수 있도록 1만L 이상 대용량의 물을 한꺼번에 쏟아부을 수 있는 대형헬기, 고정익 수송기, 야간 진화용 장비 도입이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을주택재창조사업단은 사라지는 마을이 아니라 살아나는 마을로 만들겠다는 경북 산불 피해 재창조 전략의 핵심이다. 이 사업단은 복구 계획이 확정된 24개 지구의 마을 단위 복구사업과 마을 공동체 회복사업, 특별재생과 피해 주민 맞춤형 주택 복구 계획을 추진한다.
산림재난혁신사업단은 바라만 보는 산이 아니라 돈이 되는 산으로 만드는 미래지향적 재창조사업을 추진한다. 5개 지역 9만9289㏊에 달하는 광범한 피해 산림의 신속한 복구와 산불 피해 지역 재건을 위해 혁신 사업 발굴, 산촌 재창조 사업, 산림 재해 대응에 나선다.이 지사는 “마을에 있는 작은 야산들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이를 지방소멸에 대응한 스마트팜 등 기회의 땅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업과수개선사업단은 대한민국 대표 혁신모델이 된 경북 농업대전환사업의 체계와 성과를 바탕으로 피해 농가의 조속한 영농 재개를 지원하고, 원상 복구를 넘어 첨단농업 전환을 촉진한다. 이번 산불로 경북은 농경지와 과수원 2003㏊를 비롯해 농기계 1만7265대, 가축 14만7524마리 등 단일 농업 피해로는 사상 최대 규모의 피해를 기록했다.
농업과수개선사업단은 농작물 및 농기계·농업시설물 복구, 미래형 과원 재조성, 공동영농 체계 구축, 스마트팜 등 피해 지역 농업혁신과 대전환을 선도적으로 이끈다.
엄태현 경상북도 저출생대응정책본부장은 “대형 산불이나 산사태로 인한 피해가 매년 반복되고 있는데도 정책과 예산으로 대응하지 않고 매번 국민의 성금에 의존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며 “경북이 그동안 추진해온 저출생 대응 정책과 지방시대 아젠다처럼 재난 대응과 복구도 새로운 발상으로 미래지향적으로 설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국관광데이터랩 빅데이터에 따르면 5월 한 달간 경북을 찾은 내국인 방문자는 1786만 명으로 4월에 비해 30.6%, 전년 대비 17.2% 늘었다. 산불 피해 지역인 5개 시·군도 전월 대비 32%, 전년 동월 대비 13% 증가했다.
김병곤 경상북도 문화관광체육국장은 “경북도는 산불 피해 지역을 중심으로 관광 회복을 위해 기부 여행, 버스 관광 임차료 지원 등 다양한 활성화 정책을 펴왔다”며 “전 국민의 관심과 지원으로 경북 관광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뉴올리언스를 덮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2001년 뉴욕 9·11 테러 등 세계적인 재난 속에서 인간의 대처 방식을 예리하게 분석한 리베카 솔닛은 <이 폐허를 응시하라>라는 책을 통해 중요한 교훈을 던지고 있다. 재난은 우리 사회가 가진 모순과 문제점을 드러낸 만큼 지금까지와는 다른 사회, 재난 대응과 재건 능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아름다운 경북의 산하가 잿더미로 변하고 평생 가꿔온 삶의 터전을 잃은 현장을 마주하고도 국가와 지방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재난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경북에만 현재 1만1000여 개의 마을이 있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재난은 늘 가장 약한 고리부터 노린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난에도 강하고 미래 지향적인 농어촌과 산촌을 만드는 것, 경북과 대한민국에 주어진 숙제다.
안동=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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