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도가 지난봄 대형 산불 피해지역을 ‘사라지는 마을’에서 ‘살아나는 마을’로 바꾸는 경북재창조에 나서면서 경북으로 귀촌한 청년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이 농어촌 마을에 운영하는 카페 식당 서점 등 복합문화공간이 지방민이 겪는 문화와 체험의 갈증을 해소하며 마을 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상주시 함창읍 이안면 녹동마을을 귀농마을의 모델로 바꾼 김관식 전 이안면장은 “고령화로 사라질 위기였던 녹동마을이 전원마을로 바뀌면서 도시에 나간 자녀와 손자들이 자주 찾는데 이웃 마을인 교촌리에 명주정원이 생기면서 손자들과 갈 곳이 생겼다”고 말했다.
경북도가 전국 최초로 2018년 시행한 도시청년시골파견제 1기 출신인 이민주 명주정원 대표의 창업은 연쇄적인 청년 기업의 유입을 낳고 소멸 위기 지역에 부족한 서비스를 공급하는 앵커기업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호주에서 유학한 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고향 상주에서 창업한 이 대표는 버려진 시멘트 공장이었고 폐업한 찜질방이었던 자리에 카페를 만들어 연간 18만명이 찾는 명소로 바꿨다. 시골에서 보기 힘든 특색 있는 건축공간에서 각종 문화예술 행사와 체험활동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학창 시절 카페와 문화공간, 정서적인 휴식 공간이 없어 느꼈던 갈증을 해소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함창명주의 역사와 제작과정을 알리기 위해 책과 리플렛도 만들어 아이들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이 교육을 위해 경력 단절된 고고학자와 학예사 등 전문가 2명이 상주에 일자리를 잡았다. 명주정원 덕분에 인근의 한복진흥원, 명주함창박물관, 곤충체험관도 덩달아 인기다.
이 대표는 상주의 명물인 명주를 활용한 ‘함창명주 리브랜딩’이라는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이 대표가 새로 만든 법인인 아워시선은 중소벤처기업부가 공모한 ‘로컬브랜드 상권 창출팀’ 사업에 선정돼 함창명주의 명품화, 공동브랜드 개발, 장인학교 운영, 메이커 스페이스 구축 등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또 올해부터는 상주의 관광명소인 경천섬 공원이 보이는 시 소유 한옥도 서점형 카페로 위탁운영하고 있다. 이 대표는 “1000여권의 서적을 갖춰 독서 모임도 하는데 책도 잘 팔린다”며 “시골에 서점이 없기 때문에 인기다”고 말했다. 이곳 역시 1년 이상 비어있던 곳이었는데 주말이면 자리가 없을 정도다.
시각디자인과 호텔경영을 공부한 이 대표와 유아교육을 전공한 동생 이민이 씨는 미다스의 손처럼 그들의 손길이 닿는 공간마다 감성 가득한 핫플레이스로 바꾸고 있다.
명주정원으로부터 시작된 청년 기업의 연쇄적인 창업으로 상주에서 일자리를 가진 청년이 9팀 10여명으로 늘었다. ‘살아나는 마을’에 여성이나 청년 기업이 중요한 이유를 이 대표는 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경상북도의 청년 유입 정책은 이철우 경북지사가 취임한 2018년 본격화했다. 경상북도와 경북경제진흥원이 2021년까지 추진한 도시청년 시골파견제는 113개 팀 181명이 창업해 이 가운데 84개 팀 137명이 생존하며 생존율 74%를 기록했다.
이 사업은 2022~2025년 경북청춘 창업드림지원사업(129개 팀, 169명 창업)으로 이어졌다. 유입 청년뿐 아니라 지역 청년의 유출을 방지하고 정착을 장려하기 위한 시골청춘 뿌리내림 지원 사업(121개 팀, 130명 창업)도 하고 있다.
정성현 경북도 지방시대정책국장은 “경북에 귀촌한 청년 기업가들이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고 놓쳤던 지역의 자원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 재창조로 연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살아나는 마을, 지속가능한 마을, 경북재창조 차원에서 청년 기업을 지원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상주=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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