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이 SK㈜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LG실트론 인수 과정에서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린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처분을 취소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26일 SK㈜와 최 회장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공정위의 상고를 기각했다고 밝혔다(2024두34382).
대법원은 "원심의 이유 설시에 일부 부적절한 부분이 없지 않으나,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는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며 공정위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로써 SK㈜와 최 회장에 대한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처분은 최종 취소됐다.
문제는 나머지 29.39% 지분의 처리 과정에서 불거졌다. 이 지분에 대한 처분권한을 가진 우리은행이 공개경쟁입찰을 실시했지만, SK㈜는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대신 최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입찰에 참여해 주당 1만2871원에 낙찰받았다.
공정위는 2022년 3월 이런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사업기회 제공'에 해당한다며 SK㈜와 최 회장에게 각각 8억원씩 총 1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원심은 특히 ▲SK㈜가 해당 지분을 보유하거나 처분권한을 갖고 있지 않았던 점 ▲이미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70% 이상 지분을 확보한 상황이었던 점 ▲공개경쟁입찰에 따른 불확실성이 존재했던 점 ▲입찰 과정에서 SK㈜의 직·간접적 관여를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먼저 사업기회 제공행위 금지 취지에 대해 "특수관계인을 중심으로 한 경제력 집중의 유지·심화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열회사가 누려야 할 경제상 이익이 총수 일가 등 특수관계인에게 이전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사업기회 제공의 전제 조건으로 계열회사가 해당 사업기회를 규범적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사업기회의 내용, 계열회사의 사업범위, 기존 보유 권리·이익·기대 및 지위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업기회 제공이 직접적 방법뿐만 아니라 '소극적 방법'으로도 가능하다고 인정했다. 다만 이 경우 적극적·직접적 제공과 동등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고 제한했다.
대법원은 "계열회사가 다른 회사를 인수하며 다수지분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소수지분 취득 기회를 포기하고 그 소수지분을 특수관계인 등이 취득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사업기회 제공행위가 곧바로 추단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해당 계열회사가 소수지분 취득 기회를 규범적으로 보유하고 있었으며, 그 기회의 포기가 적극적·직접적 제공과 동등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를 개별적·구체적으로 심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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