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삼중'(마이너스 삼선 중진)의 족쇄를 끊고 첫 대통령 도전에 나섰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이번 대선에서도 보여줬던 그의 고집스럽고도 집요한 완주는 '당선될 때까지 대통령에 도전하겠다'는 대국민 메시지였을지도 모른다. 한경닷컴은 지난 25일 제3지대에서 보수의 미래를 설계 중인 이 의원을 직접 만나, 그의 근황부터 정치적 속내까지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대선 이후 근황은.
"이번 선거를 통해 느낀 건 개혁신당이 앞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면 기존 정당과는 전혀 다른 체계로 효율화·자동화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최근 3주간은 거의 개발자처럼 지내고 있다.
지난달 기준으로 의원실에서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관련 결제한 금액만 거의 1000달러에 달한다. 정치에 존재하는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시스템을 구성하고 디자인하고 있다.
또 지난 6개월간 정치가 사실상 멈춰 있었기 때문에, 그간의 상황을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소통하느라 바쁘게 지내고 있다. 민원 해소에도 꾸준히 힘쓰고 있다."
▶최근 준비하고 있는 법안은 무엇인가?
"대선 당시 제시한 공약 중에서 입법이 가능한 과제들을 중심으로 준비 중이다. 특히 다른 후보들이 언급하지 않았던 교권 보호, 이공계 인사에 대한 예우, 그리고 소상공인을 블랙컨슈머 및 불공정 리뷰로부터 보호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정치인 이준석의 다음 행보는 무엇인가?
"대한민국 정치에서 제가 정치인으로서 대표하는 대표성은 소수적 성격을 갖고 있다. 젊은 세대와 이공계 인재들이 공감하고 지지할 수 있는 고유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자 한다. 또 국회의원 및 당대표로서의 역할을 넘어 대선 주자로 나선 만큼, 향후 선거를 대비해 보다 광범위한 영역에 대해 준비해 나갈 계획이다."

▶'마삼중'(마이너스 삼선 중진) 오명을 벗고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처럼, 대통령선거에도 당선될 때까지 도전할 건가?
"개혁신당은 공당이며, 당원들께서 역할을 맡겨준다면 계속 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개혁신당은 단일화 논의에 절대 눈길 주지 않고 제3당으로서의 위치를 지켰으며, 선명한 차별성을 유지했다. 정당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있어 이러한 일관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앞길을 보면 안철수 의원, 유승민 의원처럼 제3정당을 향한 도전은 과거에도 반복됐으나, 현실의 장벽으로 인해 뜻을 접게 됐었다. 제3당이 부닥치게 될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극복하고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는 게 개혁신당의 과제이자 시대적 과제라고 본다."
▶대선을 통해 얻은 것과 잃은 것 하나씩 꼽아달라.
"보수 유권자 중 일부는 유튜브 등을 통해 유포된 저에 대한 음해성 콘텐츠를 신뢰했으나, 이번 대선 과정을 지켜보며 인식을 전환한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선거 기간 중 제가 이재명 후보에 대한 검증을 가장 선명하게 수행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더라. 이는 성과이자 향후 정치 활동의 발판이 될 수 있다.
반면 제 정책 성향이 범보수라는 이유로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국민의힘과 붙어먹으려는 거냐'는 식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아무리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그 중심으로 한 세력이 '비상식의 세력'이라고 계속 얘기하더라도 대중의 평가가 혼재돼 있다. 양당 체제가 견고한 한국 정치 현실에서 제3정당인 저희가 손해 보는 게 크다."
▶비호감도가 높고, 2030 남녀 표심 차이가 두드러진다는 지적이 있다.
"비호감도는 지지율 상승에 따라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구조다. 즉, 선거에서는 비호감도가 낮아서 지지율이 낮은 게 아니라 지지율이 올라가면 비호감도가 줄어드는 것이다. 1당과 2당 후보는 기반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비호감도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은 비호감도로는 장기간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한 분이다.
2030 세대의 남녀 간 표심 차이는 양당의 프레임 설정과 메신저 공격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어차피 다 극복이 된다. 개혁신당은 지역 기반이 아닌 세대 기반 정당이며, 세대별 지지율 편차는 일정 부분 발생할 수밖에 없다. 과거 DJ(김대중 전 대통령)나 JP(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특정 지역에서 표를 많이 받았던 것이 과연 그분들이 지역 갈라치기를 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인가."

▶지금까지 이재명 정부의 성적을 매겨보면?
"지금까지는 워낙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기저 효과가 크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하지 않은 것들을 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시기다. 당장 지금은 윤 대통령 대비 이재명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지금 여론조사에 보이는 50%대 중후반 지지율 정도가 맞는 점수가 아닐까. 하지만 이게 국민들이 만족할 선일지는 모르겠다.
이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로 긍정 평가를 받는 것은 국민의 기대감 때문이고, 부정 평가는 이번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선이나 이미 치솟기 시작한 부동산 가격 등 현실적인 부분에 대한 것이다. 막연한 기대감에 따른 상승이 꺾이는 순간이 굉장히 위험한 지점이라는 것을 이 대통령이 조심해야 한다."
▶2차 추가경정예산안은 어떻게 평가하나. 표결에서는 찬성할 건가, 반대할 건가?
"대한민국은 일본 등 외환 사정이 좋은 국가들과 달리,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을 무분별하게 높이기 참 어렵다. 소비성 추경은 결국 물가만 상승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긴장감을 갖고 재정을 봐야 한다.
이 대통령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 부양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겠지만, 단기적 분위기 조성을 위한 접근은 장기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이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표결 방향은 새로운 정부의 정치 철학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원내대표와 협의 후 결정할 예정이다. 추경안에 재정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담겼는지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다.
▶개혁신당에 인사청문위원이 없어서겠지만,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비판에 국민의힘보다 소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위원이 아닌 상황에서 피상적인 비판은 자제하고 있으나, 김 후보자의 학위 및 자금 관련 의혹은 누가 봐도 거짓말처럼 보인다. 김민석이라는 정치인이 지난 대선 과정을 통해 서울시장 등 고위 선출직 도전에 욕심을 두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힘들어진 게 아닌가. 현시점에서 김민석 후보자는 부적격하다고 본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위원을 맡았다. 어떤 방향의 검증을 준비하고 있나?
"지금 이재명 정부의 AI 정책은 'GPU(그래픽처리장치) 대량 확보' 및 '소버린 AI 구축'이 핵심 키워드다. 그러나 먼저 GPU는 이미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들도 임대 방식으로 제공하고 있고, 기술 세대 변화에 따라 단기간에 무용해질 수 있다. 이러한 정책에 대해 민간에서는 '왜 국비를 들여 이렇게 하느냐'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생산 요소로 토지, 노동, 자본을 이야기하는데 토지만 무조건 늘린다고 생산이 늘어나는 건 아니다.
소버린 AI 구축의 경우 예전에도 우리가 OS 독립, 데이터베이스 독립, 워드프로세서 독립 같은 걸 외치면서 국가 내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가속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서버용 운영 체제 리눅스가 전 세계적으로 자리를 잡았고, 그게 무료이고 오픈소스가 돼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제가 개발자 출신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오픈소스의 힘이라는 걸 생각보다 막강하다고 느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지금처럼 소버린 AI를 만들겠다고 뛰어들어서 이런저런 투자를 했는데, 나중에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결과물보다 결과가 안 좋게 나오거나, 아니면 오픈소스만으로도 우리가 충분히 상용화할 수 있게 되는 상황이 오면, 그때는 지금의 투자가 우스워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한 문제 제기를 배경훈 후보자에게 진행할 계획이다."
▶최근 귀국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통화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직접 연락해 여러 대화를 나눴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 다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로 저는 받아들였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홍 전 시장은 국민의힘에서 개인적으로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 그래서 새로운 시도를 할 것이다. 다만 그것이 어떤 형태일지는 구체적으로 들은 바 없다."
글=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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