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여름은 잎채소 농가에 악몽과도 같았다. 연일 이어진 폭염과 폭우에 산지 절반 이상이 물에 잠겼다. 상추와 깻잎과 같은 잎채소류는 기온과 강수에 취약하다. 습기까지 겹치면 잎채소들이 물러버리거나 병해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보통 장마가 시작되는 6월 이후부터 상추 가격이 4㎏ 기준 10만원대 이상으로 치솟는 현상이 발생한다.
"하늘이 도와야 한다." 산지를 돌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하지만 기후 변화에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올해부터는 스마트팜 물량을 대폭 늘렸다. 상추는 전북 부안, 깻잎은 충남 금산에 스마트팜 물량을 확보했다. 부안은 3만3057㎡, 금산은 4958㎡ 규모다.
스마트팜 재배는 시설재배를 통해 안정적인 물량 공급과 균질한 상품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직거래 비중도 늘렸다. 산지에서 점포로 직접 배송해 시세를 최대한 방어하려는 전략에서다. 유통마진을 줄여 가격 인상을 최대한 방어해 조금이라도 낮은 가격에 소비자에 공급하기 위해서다. 이에 올해 직거래 비중을 60~70%까지 끌어올렸다.

상추와 깻잎은 연중 내내 수요가 많은 대중적인 채소다. 롯데마트·슈퍼에서 다루는 물량만 해도 연간 상추 400t, 깻잎 150t이다. 상추나 깻잎이 한 장에 1.5g밖에 안 되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많은 물량이다. 산지도 다양하다. 여름 시기는 충남 논산, 경기 이천, 경남 밀양 등이 주산지다.
6월 25일 기준 도매 시세는 상추 4kg 기준 2만4000원, 깻잎은 1만5000원 선이다. 롯데마트 판매가 기준으로는 상추(150g) 1990원, 밀양 깻잎(55g) 2490원이다.
상품성에 따라서는 품질은 상품(上品), 중품(中品), 하품(下品)으로 나뉜다. 상품성을 결정하는 변수는 크기다.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고 '한 쌈' 정도 크기가 맛과 품질이 가장 좋다. 상추는 15~20㎝ 내외, 깻잎은 18㎝ 내외가 가장 맛있다. 유통사들에서도 이 사이즈들이 가장 인기가 많다.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기 전인 현시점(6월) 기준의 상추와 깻잎의 작황은 수해가 많았던 24년도 동기간에 비해 나쁘지 않은 편이다. 지난주 우천으로 일부 농가의 침수 피해가 발생하긴 했다.
하지만 전국 출하 비율로 봤을 때 상품과 중품의 합산 비율이 각각 80% 내외로 아직까지는 큰 피해 없이 안정적인 작황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깻잎은 시설 재배의 확대로 전년 대비 작황이 안정적으로 가고 있는 편이다.
상추와 깻잎이 가장 저렴할 때는 4~5월이다. 추위가 가시고 기온이 올라가면서 생육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산지 가격 기준으로 상추 4kg에 1만원 이하까지도 떨어진다. 7~10월에는 휴가철 수요에 맞물려서 수요가 늘어난다. 여기에 폭염과 장마까지 겹치면 생육이 저하되기 때문에 가격 상승 압박이 커진다.
아직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올해 여름철에는 좋은 물량을 비싸지 않게 팔기 위해서 산지 점검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상추나 깻잎이 잘 자라고 있는지, 변색이 되지는 않았는지, 무름병이 발생하지는 않았는지 밤낮으로 관리에 전념하고 있다. 가격도, 품질도 방어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이기 때문이다.
홍윤희 롯데마트·롯데슈퍼 채소팀 상품기획자(MD·잎채소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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