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깁스랜드(Gippsland)’. 인터넷 검색창 어디든 이 지명을 입력하면 ‘요거트(Yogurt)’가 곧장 따라붙는다. 국내외 관광객에게 깁스랜드는 요거트가 가장 유명한 곳으로 인식되지만, 이곳을 다녀온 사람들은 호주에서 경험할 수 있는 농촌관광의 최고 여행지로 기억한다. 젊은 셰프들은 깁스랜드의 풍부하고 신선한 제철 채소, 유제품, 해산물에 반해 새로운 공간을 선보인다. 시드니에서 잘나가는 건축가로 활약하던 부부는 맥주 브루어리를 운영한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 눈앞에는 대초원, 마음껏 풀을 뜯으며 사람 구경하는 소와 양이 있다. 깁스랜드가 내어준 커다란 품 안에서 누구나 사랑에 빠진다.

한국과 계절이 정반대인 호주는 이제 가을에 접어들었다. 여름에는 나뭇가지에 매달려 꼼짝하지 않던 코알라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코알라가 원래 이렇게 빠른가요?” 코알라가 나무 사이를 이동하고, 부지런히 유칼립투스를 먹는 지극히 단순한 행위에 아이처럼 웃음이 난다. 레이먼드에는 400여 명의 주민과 그만큼의 야생 코알라가 서식하고 있다. 1953년 필립아일랜드에서 40여 마리의 코알라를 이주시킨 뒤 사람과 공생하는 야생 코알라 서식지로 관리되고 있다. 주거와 야생 환경이 어우러지는 데 지켜야 할 규칙과 제약이 크게 없다는 관계자의 말은 인상적이다. 단 코알라 개체를 300~400마리 수준으로 관리하는 데 노력한다고. 페인스빌에서 레이먼드 아일랜드는 작은 페리를 타고 3분이면 도착한다. 야생 코알라를 보기 위해 한 해 6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깁스랜드의 인기 명소다.

시드니에서 오랜 세월 건축 관련 사업을 한 크리스와 개브 무어 부부는 약 10년에 걸쳐 맥주 양조 과정을 배우고, 100년 된 버터 공장을 개조해 지난해 12월 그들만의 작은 세상을 열었다. 자. 다음 중 맥주의 원료로 쓰이지 않을 만한 걸 골라보자. 굴, 토마토, 오이, 레몬, 무화과잎이다. 정답은?
모두 맥주 원료가 되었다! 세일러스 그레이브 브루잉은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를 창의적으로 재해석한 맥주를 선보이며 지역 사회의 주목을 한껏 받고 있다. 핑거 푸드와 함께 여러 맥주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시음 프로그램은 특히 유쾌하다. 토마토와 굴을 더해 신선한 향과 감칠맛이 더해진 ‘블러디 시저 고제(Bloody Caesar Gose)’는 맥주와 와인을 합한 듯 묘한 매력을 전한다. 나만의 경험과 재능으로 또 다른 삶의 챕터를 연 부부의 이야기는 은퇴를 고민하는 이들의 귀감이 될 만하다.
■ 깁스랜드는
깁스랜드는 호주 빅토리아주 동남쪽의 광역 지방으로 멜버른 공항에서 약 300㎞ 떨어져 있다. 공항에서 깁스랜드는 기차로 약 2시간, 자가용으론 4시간, 경비행기 이용 시 1시간이 소요된다. 경비행기는 자체로 액티브한 경험도 제공하지만, 약 4000달러(호주달러 기준, 8~9인 탑승 가능)로 가장 비싸다. 깁스랜드는 면적 4만1600㎢로 서울의 약 70배 크기다. 산림, 습지, 해안, 국립공원 등 전역에 걸쳐 여행 명소가 흩어져 있어 렌터카를 이용해 여행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깁스랜드(호주)=정상미 한국경제매거진 여행팀 기자 vivid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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