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자인은 문화와 시대를 반영한다. 시간이 흘러도 사랑받는 ‘타임리스’ 디자인의 시작은 사람들의 관심이다. 그 관심이 모여 트렌드를 형성하고 큰 물줄기처럼 흘러 시대를 관통하는 디자인으로 인정받는다. 최근 해외에서도 관심이 높은 시류 중 하나는 동양적 미학이다. 딱 떨어지는 조형미보다는 자연을 연상케 하는 부드러운 곡선과 직선의 조화, 공간에 잘 어우러지는 유연한 형태를 선호하는 것이다. 친숙한 듯 낯선 질감과 새로운 동양적 형태를 사람들은 아름답다고 칭한다. 고유한 전통의 뿌리와 정서를 디자인에 적용하는 실험이 다양하게 이뤄지는 까닭이기도 하다.
이스턴에디션은 공간 디자이너인 양태오 대표가 선보인 가구 브랜드다. ‘한국의 미학’ ‘한국적인’이라는 설명을 들으면 고정적 이미지가 떠오를 수 있다. 하지만 이스턴에디션은 이 지점을 매우 깊이 있게 파고든다. 흔히 떠오르는 ‘전통적’ 요소를 덜어내는 데 집중한다. 마치 거대한 자연의 물성에서 기능에 따른 최소한의 요소만 남기고 모두 비워낸, 그래서 가장 본질적이고 순수한 알맹이만 남긴 결과물처럼 말이다. 여기에 전통의 문화 혹은 관습에 대한 재해석을 더하며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를 만든다.
이스턴에디션은 “조선시대 장인들이 지금 가구를 만든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시작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등 역사적·문화적 맥락이 끊어진 혼돈의 시기가 없었다면?” “그래서 과거의 미학이 끊기지 않은 채로 현재에 더 자연스럽게 디자인이 녹아들 수 있었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스턴에디션의 가구는 그 가정을 서사로 바꾸며 더 매력적인 결과물을 이끌어냈다. 가구 사용자들은 “마치 햇볕, 바람처럼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는 감상을 전해온다고. 이는 브랜드의 디자인 핵심인 ‘무(無)기교의 미(美)’를 중심으로 한 자연과 물성의 조화, 생활 속 철학, 공예적 장인정신이기도 하다.

이스턴에디션은 2022년 첫선을 보인 뒤 유명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방송인 전현무와 조세호, 배우 이동휘 등이 대표적 예다. 유명 DJ인 페기 구의 집, 가수 제니의 첫 솔로 콘서트 투어 ‘더 루비 익스피어리언스’ 무대에도 등장하며 최근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가구마다 한국의 건축과 공간에서 자주 사용되는 소재, 옛 가구 제작 방식과 색감, 전통 공예, 과거의 생활 문화 등이 직조돼 있다. 제니의 ‘트윈’ 무대에 등장한 ‘조인드 라운지 소파’는 전통 목가구의 맞짜임 방식을 응용했고 ‘보료 소파’는 어릴 적 할머니 집에서 흔히 보던 바닥 침구인 보료를 등받이로 활용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소재와 디자인의 균형을 예리하게 맞췄다는 느낌이 든다. 바로 이 지점이 해외에서도 이 브랜드를 ‘한국적 디자인’으로 주목하는 이유다.
‘북유럽 스타일’ ‘젠 스타일’처럼 특정 국가나 지역이 명확한 디자인 카테고리로 구분되는 일은 사회·문화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런 정의는 단지 인테리어, 디자인에만 국한되지 않고 생활 방식, 문화와 정신, 태도 등을 함의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이스턴에디션은 우리 일상과 가장 밀접하고 친숙한 가구를 통해 ‘한국적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지난 24일 서울 논현동에 문을 연 이스턴에디션 아뜰리에는 한국의 미감을 담은 가구의 정체성을 녹여낸 공간이다. 아카이빙 라이브러리와 전시, 티하우스 등을 통해 브랜드의 감수성과 가구의 아름다움, 한국 미학의 본질을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다.
물론 ‘한국적인 디자인’ ‘한국 스타일’에 대한 해석에 정답은 없다. 한국 문화에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아진 현시점에서 한국의 전통과 정서를 가장 잘 보여주는 브랜드 혹은 디자인을 묻는다면 주저 없이 이스턴에디션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오상희 에디터
콘텐츠 기획자·에디터. 前 월간 디자인 수석 기자. 공간과 건축, 디자인과 브랜드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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