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임신 사전건강관리 사업 예산은 국비와 지방비를 포함해 192억8870만원 편성됐지만 수요가 몰리면서 전날 기준 전국 보건소 165곳(전체의 62.7%)에서 접수가 중단됐다. 부산 인천 광주 울산 세종 경북 등 6개 시·도는 “예산은 남아 있지만 지급이 지연될 것을 우려해 신규 신청을 조기 마감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10곳, 경기도는 31개 시·군 중 18곳이 예산을 소진해 신청을 받지 않고 있다.임신 사전건강관리 사업은 정부와 광역단체, 기초단체가 일정 비율을 부담하는 매칭 펀드 방식이다. 가임기 청년층의 건강 상태를 조기에 점검해 임신·출산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고 출산 장려 효과를 높이기 위해 추진됐다. 결혼 여부, 자녀 유무와 관계없이 성인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여성은 난소기능검사(AMH)와 부인과 초음파 검사, 남성은 정자 정밀 형태 검사(정액 검사) 비용을 각각 13만원, 5만원까지 지원받는다.
문제는 올해부터 지원 대상이 확대됐음에도 수요예측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신청 대상은 ‘가임력 검사를 희망하는 부부’(사실혼 포함)로 한정됐지만, 올해는 결혼 여부와 관계없이 ‘가임기 남녀’(20~49세)로 바뀌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대상자가 크게 늘어난 데다 입소문까지 퍼지면서 신청자가 크게 증가했고, 코로나19 사태로 미룬 결혼·출산까지 겹치며 수요가 폭증했다는 분석이다.
사는 곳에 따라 혜택을 받을 수도, 못 받을 수도 있는 제도 운영 탓에 예비 부모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수원시에 사는 김유나 씨(34)는 신청 마감으로 임신 사전건강관리 검진비를 자비로 부담했다. 안양시에 거주하는 김슬기 씨(34)는 일찍 검진을 받아 3개월 만에 지원금을 받았다.
복지부는 2차 추경으로 54억원을 추가 확보했지만, 이 역시 2~3개월 내 바닥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관련 예산은 192억887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두 배 넘게 증액됐으나 6개월 만에 예산을 다 쓴 지자체가 속출했다. 경기도(54억원)와 서울시(46억4560만원) 등 예산을 가장 많이 받은 지역에서도 절반 가까운 시·군·구가 예산을 소진했다.
전문가들은 대상 확대에 따른 수요 급증, 신청·검사·청구 순차 처리 방식, 지방보조금 교부 지연을 ‘3중 병목’으로 지적한다. 이혜원 경기도의원은 “출산율 증가라는 긍정적인 흐름이 꺾이지 않도록 신속한 예산 확충으로 정책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용훈/남정민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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