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오후 2시 서울행정법원 B201 대법정은 방청석을 가득 메운 학생들로 열기가 더해졌다. 이날 모인 법학도들은 노트북을 분주히 두드리거나 수첩을 넘기며 블록딜을 통한 시장교란 행위를 둘러싼 쌍방 대리인의 법리 다툼과 판사들의 질의응답이 오가는 실제 변론 과정을 따라갔다.
서울행정법원은 이날 법학전문대학원생 및 학부생 71명을 초청해 ‘열린강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열린 법정’을 진행했다. 재판 현장을 통해 행정소송의 실제 절차를 경험하고, 법조인의 실무를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한 자리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서울대, 경희대, 충남대, 경북대 등에서 온 학생들이 참여했다. 지난해부터 서울행정법원이 조세·난민·학교폭력 등을 주제로 꾸준히 진행해 온 ‘열린 강좌’ 시리즈의 다섯 번째 행사다.
이날 첫 순서로 진행된 변론은 호주계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인 ‘리갈 펀드 매니지먼트’가 증권선물위원회의 과징금 처분에 반발해 제기한 취소 소송이었다. 이 업체는 2019년 SK하이닉스 블록딜 정보를 접한 날, 홍콩 소재 증권사를 통해 다섯 차례에 걸쳐 매도스왑 거래를 체결한 바 있다.
증선위는 이 거래가 블록딜 관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시장 질서를 교란한 것으로 판단하고 2억5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원고 측은 “정보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고, 해당 거래는 손실 회피를 위한 통상적인 헤지 수단이었다”고 반박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법정에서 양측은 △블록딜 정보가 악재성 중요 정보인지 △원고가 이를 사전에 인식했는지 △실제 시장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원고 측은 “정보 공개 이후에도 주가가 오히려 상승했다”며 미공개 정보 이용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고 측은 “시장 교란 행위 여부는 실제 주가 변동이 아니라, 정보 이용 가능성 자체로 판단해야 한다”며 “실제 영향을 기준으로 하면 명백한 미공개 정보 이용조차 처벌할 수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양측 주장을 청취한 뒤 “8월 23일 한 차례 더 변론을 진행한 후 종결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날 열린 법정에서는 이 사건 외에도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상대로 한 디지털대성의 과징금·공표 처분 취소 사건, 한국철도공사가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낸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사건 등 총 3건의 변론이 순차적으로 공개됐다.
서울행정법원 관계자는 “열린 법정은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소통 노력의 일환”이라며 “앞으로도 행정소송 절차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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