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6월 30일 09:4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이노베이션이 GS에너지와 손잡고 만든 50 대 50 합작사 보령LNG터미널에서 손을 떼고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 재무구조 악화로 허덕이는 SK온에 자금을 수혈하기 위해서다. 합작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SK그룹과 GS그룹은 보령LNG터미널의 새 사업 파트너를 찾는 문제로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SK온 구하려 지분 매각 추진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보령LNG터미널 지분 50%를 매각하고 있다. 매각 주관 업무는 한 외국계 대형 IB가 맡았다. 맥쿼리자산운용과 블랙록, IMM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 등 국내외 주요 사모펀드(PEF)가 인수 제안을 받았다. 일부 후보는 SK그룹이 아닌 GS그룹 측에서 향후 보령LNG터미널 사업을 함께 이끌어갈 파트너로 낙점한 것으로 전해졌다.보령LNG터미널은 SK E&S와 GS에너지가 2013년 설립한 합작사다. LNG 운반선을 통해 들여온 LNG를 터미널에 저장했다가 이를 기화해 발전소나 석유화학 업체로 공급하는 사업을 한다. SK에너지, SK E&S, 나래에너지서비스, GS EPS, GS파워, GS칼텍스 등 SK와 GS그룹 계열사들이 보령LNG터미널과 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있다.
보령LNG터미널의 지난해 매출은 2560억원, 영업이익은 939억원에 달했다. 터미널 건설 자금 중 상당수를 차입금에 의존해 이자 비용 지출이 많지만 장기 공급 계약으로 현금 흐름은 우수한 편이다.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약 2000억원 수준으로 전체 기업가치는 최대 2조원대까지 거론된다. 단 부채를 제외하고, SK그룹이 보령LNG터미널 지분 50%를 매각해 실제 손에 쥘 수 있는 자금은 3000억~4000억원 수준이다.
SK그룹과 GS그룹은 당초 보령LNG터미널 지분 100%를 통매각하는 방안도 고민했다. 하지만 GS에너지가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보유하기로 결정하면서 SK이노베이션 보유 지분만 매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SK이노베이션은 SK온 자금 수혈을 목적으로 LNG 관련 사업 유동화와 함께 이번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딜 주도권 쥔 GS그룹
SK그룹과 GS그룹은 SK그룹이 보령LNG터미널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지분 50%를 사가서 향후 GS에너지와 함께 보령LNG터미널을 이끌 사업 파트너를 고르는 문제에서 입장 차이가 벌어졌다.GS에너지는 앞으로 보령LNG터미널을 공동 운영할 파트너를 고르는 일인 만큼 SK이노베이션 지분을 사갈 인수 후보를 직접 정하길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GS그룹은 과거부터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온 국내 한 대형 PEF를 후보로 밀고 있다. GS에너지는 FI가 지분 50%를 인수해간 뒤 지분 일부를 FI로부터 사들여 확실한 경영권을 확보하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경쟁 입찰을 통해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후보에게 지분을 매각하길 원하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딜에서 주도권은 SK그룹보다는 GS그룹이 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령LNG터미널이 50 대 50 합작사인 만큼 GS에너지는 SK이노베이션이 재무적 결정에 대해 일종의 동의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이 보유 지분을 매각할 때 GS에너지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SK그룹의 다른 LNG 계열사들은 SK이노베이션이 보유 지분을 매각한 이후에도 보령LNG터미널이 계속 필요하다는 점도 SK그룹의 협상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SK그룹은 지분 매각 전 보령LNG터미널과 일부 계열사들이 장기 공급 계약을 맺기를 희망하고 있는데 이 역시 GS에너지의 동의가 필요하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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