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6월 27일 16:2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우호세력으로 분류됐던 현대차 보유 고려아연 지분이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최대주주 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을 촉발했던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없던 일'이 된 것이다. 고려아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2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최욱진 부장판사)는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앞서 2023년 9월 고려아연은 현대차그룹 해외계열사 HMG글로벌을 상대로 신주 104만5430주(5.05%)를 발행했다. 고려아연 정관은 주주 외 신주 발행이 가능한 경우를 '회사가 경영상 필요로 외국의 합작법인에게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경영상 필요'로 신주 발행이 이뤄졌다는 고려아연 측 주장은 인정했지만 HMG글로벌이 '외국의 합작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현대차·한화 등을 상대로 한 고려아연의 신주발행은 장형진 영풍 고문과 최 회장의 사이를 갈라서게 한 결정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최 회장은 신성장동력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위한 사업 제휴를 목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HMG글로벌뿐만 아니라 2022년 한화임팩트의 미국 에너지 분야 투자 자회사 '한화H2에너지 USA'에도 신주 99만3158주(4.8%)를 발행했다. 최 회장은 대기업그룹을 우호세력으로 포섭해가며 지배력을 늘릴 수 있었고, 영풍은 지분가치 희석을 가져오는 신주발행에 크게 반발했다. 결국 지난해 영풍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공개매수를 진행하며 경영권 확보를 시도했다.
영풍은 1심 판결 이후 곧바로 입장을 내고 "이번 판결은 경영 대리인인 최 회장이 회사의 정관을 위반하면서까지 HMG글로벌에 신주를 발행한 행위가 법적으로 무효임을 명확히 한 것"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이어 "최 회장과 고려아연 경영진은 모든 주주들의 권리보호를 위해 정관에 마련된 기준과 절차를 위반하면서 무리하게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강행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려아연은 "항소심에서 '외국의 합작법인' 관련 정관의 취지와 의미를 상세히 소명하고 적정성을 인정받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번 판결이 고려아연에 끼치는 재무적인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이어질 경우 고려아연은 현대차 측에 유상증자로 마련한 5300억원을 돌려줘야 한다. 고려아연은 이미 지난해 영풍·MBK 공개매수에 대항하는 자기주식 공개매수로 약 2조원의 현금을 소진하며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강등됐다.
송은경 기자 nor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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