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전제품 방문점검원들이 고객에게 성희롱·성폭력을 당하고도 또다시 가해 고객과 다시 마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은 이 같은 내용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조가 조합원 165명을 대상으로 6월 1일부터 2주간 실시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 2년간 가전 점검 업무를 수행한 여성 노동자 전원이 고객에 의한 성희롱·성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1~2회 겪었다’는 응답이 75.6%에 달해 가장 많았다. 가해자들은 외모 평가나 성적 비유, 음담패설, 사적 만남 강요 등을 가장 빈번하게 저질렀다. 한 조합원은 고객으로부터 성관계를 요구하는 문자를 받았다. 강간 등 성폭행도 2차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성희롱이나 성폭력 피해를 겪은 뒤에도 고객의 집을 다시 방문하거나 대면한 경험이 있다는 비율은 63.4%에 달했다.
이에 대한 대응 방법을 조사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34.1%로 가장 많았다. 가해자를 다시 대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동료에게 피해경험을 토로하며 상담한 것이 26.2%였다.
노조는 회사가 고객에게 계약상 위약금 없이 제품을 회수하고 재설치를 금지하는 등 조치를 통해 가해자와의 연결을 끊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지난 9월 발생한 코디 성폭력 사건에도 코웨이 측은 고객을 즉각 차단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가해 고객이 점검서비스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콜센터에 접수를 하고, 이것을 그대로 피해자에게 전달하기까지 했다"고 성토했다. 이어 "사전 예방조치의 일환으로 위험 고객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고, 해당 고객과의 접점을 차단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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