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렸네요."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은 지난 22일 '초긴장' 상태였다. 미국이 지난 21일 이란 주요 핵 시설을 공격한 데 따른 것이다. 시장의 긴장감이 커지는 만큼 외환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여기에 공을 들인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 작업도 흔들릴 수 있어서다. 당시 외평채 투자자를 만나기 위해 영국 런던을 찾은 기재부 김재환 국제금융국장도 진땀을 흘렸다.
하지만 이란 사태가 매끄럽게 흘러가면서 외평채 발행작업은 탄력을 받았다. 투자자들은 새로 들어선 이재명 정부에 대해 송곳 같은 질문을 쏟아냈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적 시장주의는 뭔가"라거나 "이재명 정부의 인공지능(AI) 정책 방향은 뭔가"라는 질문이 쏟아졌다. 이들은 기재부 관계자들의 설명을 듣고서는 외평채를 30조원어치나 주문했다. 발행액의 13배를 웃도는 금액이다. 한국의 높은 신인도를 재확인한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6일 유로화 표시 외평채 14억유로(약 2조20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고 발표했다. 만기는 3년물, 7년물로 각각 7억유로(약 1조1000억원)씩 발행했다. 유로화 외평채 발행은 2021년 이후 4년 만이다. 유로화 기준으로 역대 최대 발행액이다. 이번 외평채는 차환 용도로 발행했다. 오는 9월에 7억유로, 11월에는 4억달러어치의 외평채 만기가 도래한다.
외평채 발행금리는 유로화 표시 채권 지표금리인 ‘유로 미드 스와프’에 가산금리를 붙여서 결정했다. 3년물의 경우 유로 미드 스와프에 0.25%포인트를 얹은 연 2.305%로 결정됐다. 5년 물의 경우 0.52%포인트를 얹은 연 2.908%로 발행됐다.
두 외평채의 가산금리는 최근 선진국 발행물과 비교해도 낮은 편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일본 정책금융회사와 중국 정부의 3년물 유로채의 최근 유통물 가산금리는 0.3%포인트대로 집계됐다. 외평채 3년물 가산금리(0.25%포인트)를 웃돈다. 7년물 경우도 한국과 유사한 신용등급인 홍콩 정부의 외평채 가산금리(0.75%포인트)를 크게 밑돌았다.
가산금리가 낮은 것은 그만큼 투자자 수요가 몰린 결과다. 외평채 14억유로의 수요 예측 작업 과정에서 투자자 주문액이 190억유로(약 30조원)나 몰렸다. 발행액의 13.6배나 되는 금액이 몰렸다. 만기별로 보면 3년물과 7년물에 각각 64억유로, 126억유로의 수요가 몰렸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몰린 만큼 발행금리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유로화 외평채가 2021년 이후 4년 만에 등장한 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이 상당했다. 기재부 김재환 국제금융국장, 김희재 국제금융과장 등 국제금융국이 총동원돼 영국 런던과 남미, 아시아 일대에서 투자 설명회를 열었다. 이들이 접한 투자자들은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에 깊은 관심과 신뢰를 보였다. 김희재 과장은 "런던 등에서 만난 투자자들은 새 정부의 실용적 시장주의와 AI 등 신산업 육성정책에 관심이 상당했다"며 "이 같은 정책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투자 결정을 내린 기관이 적잖았다"고 설명했다.
투자은행(IB) 업계 임원은 “중동 사태가 사실상 봉합 단계인 데다 새 정권에 대한 기대감 등이 겹치면서 최근 국내 발행사의 글로벌본드 인기가 치솟고 있다”며 “KT와 한화에너지의 글로벌본드 발행 때도 외국인 투자자가 몰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외평채의 발행 주관사는 골드만삭스, 크레디아그리콜, HSBC, JP모간, KB증권 등이다. KB증권이 외평채 주관사로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외화표시 외평채 주관사로 이름을 올린 것은 2020년 미래에셋증권 이후 5년 만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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