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을 뜻하는 영어 단어 exit가 붙는 조어의 시작은 그렉시트(Grexit)였다. 2012년 그리스의 국가 부채가 큰 논란이 돼 유럽연합(EU)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불거지며 그렉시트라는 말이 생겨났다. 다음으로 영국이 EU에서 분리하느냐를 두고 2016년 국민투표를 하면서 브렉시트(Brexit)가 널리 퍼졌다. 이후 이탈렉시트(Italexit, 이탈리아), 스펙시트(Spexit, 스페인), 프렉시트(Frexit, 프랑스), 덱시트(Dexit, 독일) 등의 용어가 나왔다.부자들(wealthy)의 탈출을 의미하는 웩시트(wexit)는 공교롭게도 ‘탈출의 본고장’ 영국에서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영국 컨설팅업체 핸리앤드파트너스가 최근 펴낸 ‘2025년 백만장자 이주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올 한 해 영국을 떠나 외국으로 옮기는 부자가 1만65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브렉시트 여파로 런던이 금융 중심지 명성을 잃어가고 있는 데다 올 4월부터 영국 거주 외국인이 해외에서 버는 돈에도 세금을 매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국도 웩시트 현상이 벌어지는 주요 국가로 꼽혔다. 영국 인도 중국에 이어 4위로 예상됐다. 올해 한국을 떠날 백만장자는 2400명으로 지난해 1200명에서 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역시 무거운 세금 때문이다. 한국의 상속세와 증여세 최고 세율은 50%다. 여기에 최대주주는 할증이 붙어 최고 세율은 60%로 뛴다. 세계에서 가장 무겁고 약탈적인 세금이다. 외국으로 떠나는 대주주는 보유 지분에 대해 국외전출세(exit tax, 최고 27.5%)를 내야 하는데 이걸 내고서라도 외국에 나가는 게 경제적으로 이득일 수 있다.
한국을 등지는 부자들이 주로 가는 곳은 싱가포르 미국 아랍에미리트(UAE) 등이다. 싱가포르는 상속세와 증여세는 물론 배당소득세도 없다. 국내외 금융사들은 부자들의 탈출을 돕는 이른바 ‘패밀리 오피스’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심각성을 깨달아 지난해 최대주주 할증을 없애고 최고세율을 40%로 낮추는 상속세 개편안을 추진했지만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반대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박준동 논설위원 jdpow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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